시아파 후티 반군, 수니파 연합군 공세에도 예멘 수도 10년째 장악

수니파의 '이슬람국가(IS)'가 궤멸된 것과 대조
홍해 남단 해협 부근의 호네이다 항구 지켜내

【사나=AP/뉴시스】 예멘 수도에서 2018년 12월 북부 후티족 반군들이 스웨덴 개최 평화회담에 대한 지지를 나타나기 위해 무기를 높이 들어올리고 있다. 2018. 12. 13.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과 영국의 전투기, 전함 및 미사일이 11일 밤부터 12일 새벽 8시간 동안 예멘 서부 장악의 후티 반군 기지 14곳을 때렸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한달 여 진행된 지난해 11월19일 이후 후티 반군은 홍해 상선과 미군 함선에 27차례 공격을 가했다. 미국 기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로 미군은 후티 반군의 공격과 도발에 수세적 태도를 견지해 드론만 격추하고 홍해 항행 보호의 국제 태스크팀을 꾸리는 데 그쳤다.

궁극적으로 이란과 맞붙는 확전을 피하려는 것이었으나 결국 올 초 후티 반군의 선박 3척을 침몰시킨 데 이어 이날 새벽 예멘 후티군 시설들을 직접 강타한 것이다. 후티 반군이 등장한 지 10년이 가깝지만 미군의 예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티 반군은 시아파 '이슬람국가(IS)'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수니파 극단조직 IS가 거의 궤멸된 데 반해 시아파의 후티 반군은 건재해 미군과 접전을 불사하는 모양새다.

예멘 북부의 후티족은 페르시아만 건너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아 2014년 9월 기습 남진해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했다. 예멘은 시리아 내전에 촉발돼 IS가 부상하기 전 이슬람주의 극단세력의 온상이었던 알카에다가 가장 극성스럽게 활동했던 곳이다. 미국이 테러 경계로 주시하던 아라비아 반도 남단의 빈국이다.

후티 반군이 수도를 점령하자 하마드 대통령은 북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수니파의 대국 사우디로 도망쳤으며 정부는 남쪽 항구 아덴으로 피난갔다. 이보다 조금 앞서 수니파 극단조직 IS는 소속된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굴복시킨 뒤 이웃 시아파 정권의 이라크 북서부를 전격 공략해 이라크 땅을 3분의 1이나 점령했다.

IS에 대해서는 같은 수니파인 사우디도 기피하지만 카타르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IS는 미국이 2015년 8월 연합군을 형성해 대대적인 공습을 펼치고 2016년 후반 이라크군과 함께 지상의 탈환작전을 벌이자 1년 만에 모술 그리고 시리아 라까에서 소탕돼 잔당들만 남게 되었다.

【사나=AP/뉴시스】 2018년 1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예멘 사나의 건물들이 파괴돼 있다. 2018.1.30.

그러나 시아파 후티 반군은 달랐다. 사나 점령 반년 후인 2015년 3월에 사우디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수니파 9개국을 불러모아 연합군을 형성하고 사나 공습을 시작했다. 수니파의 사우디와 시아파의 이란이 맞붙은 셈인데 사우디와 UAE는 3년 뒤 예멘에서 지상전까지 벌였다.

현재까지 후티 반군은 사나를 계속 점령하고 예멘은 아덴 임시정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우디는 간헐적으로 중부 유전에 미사일을 날리는 후티 반군을 압도하는 데 실패해 2022년 휴전을 맺어 후티 반군의 예멘 서부 장악을 인정했다.

후티 반군은 홍해가 막 시작되는 아라비아반도 남서부 호네이다 항을 수니파 연합군의 수많은 공세에도 지켜냈다. 이 항구는 홍해 끄트머리의 알 만답 해협과 아프리카 지부티틀 마주하는 요충으로 홍해 항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휴전 중이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벌어진 예멘 전쟁으로 최소 15만 명에서 최대 4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직전 3000만 인구 중 반이 기아에 시달리고 콜레라에 인명 피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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