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놀음’ 된지 오래 된 KBL... “어떻게든 방법 찾아야”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전례없던 일이 올 시즌 일어났다. 수원 KT 패리스 배스(29·미국)가 지난 8일 KBL 3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3개 라운드 연속으로 외국인이 MVP에 선정된 건 KBL 역사에서 없었던 일이다. 1라운드는 원주 DB 디드릭 로슨(27·미국), 2라운드 창원 LG 아셈 마레이(32·이집트)였다. “외국인 선수만이 빛나는 프로농구를 누가 보겠느냐”는 위기 의식이 농구계에서 나오고 있다.
높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1997년 KBL 출범과 함께 있었던 고질병이다. 1997시즌 경기 평균 득점 10위 안에 든 국내 선수는 23.1점을 넣어 9위에 오른 전희철(51) 현 서울 SK 감독 뿐이었다. 그 뒤 10위 중 국내 선수가 절반을 차지한 건 2010-2011시즌이 유일했다. 그것도 귀화혼혈 선수가 3명(문태영·문태영·이승준)이 있었고, 8위 서장훈과 9위 양동근이 겨우 토종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 시즌도 6위인 고양 소노 이정현(25·20.3점), 10위 수원 KT 하윤기(25·16.3점) 둘 뿐이다. 국내 선수가 1위를 차지한 시즌은 없다.
그래서 KBL 감독들은 1년 중 시즌이 끝난 직후인 5월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정을 비워둔다. 유럽과 미국에 가서 다음 시즌 데려올 외국인 선수를 직접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한 프로농구 팀 전 감독은 “이 때 바짝 일하는 게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한다”며 “1년에 거의 한 번 뿐인 KBL 10개 구단 감독이 한 자리에 모이는 비공식 자리”라고 했다.
올 시즌도 ‘외국인 선수 농사’로 운명이 갈린 팀이 있다. 지난 시즌 7위에 머물렀던 원주 DB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디도릭 로슨을 영입했다. 로슨은 지난 시즌 재정 악화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던 고양 캐롯(현 소노)을 본인 기량만으로 플레이오프 4강에 진출시켰다. 올 시즌 DB 유니폼을 입은 로슨은 올 시즌 22.3점 10.2리바운드 4.8어시스트로 활약 중이다. 덕분에 DB(25승6패)는 시즌 내내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반면 지난 시즌 이변의 주인공이었던 소노는 로슨을 잃고 공동 8위(10승 20패)에 머무르고 있다. 전성현(33), 이정현 등 주축 국내 선수가 전부 잔류했는데도 그렇다.
KBL이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외국인 선수 선발을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고, 코트 위에서 2명이 뛰는 걸 1명으로 줄였다. 2018년엔 외국인 선수 신장을 200cm로 제한했다가 비판을 받고 1년만에 폐지하기도 했다. 그래도 줄지 않는 외국인 선수 비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아시아 프로농구 리그 대부분이 비슷하게 높다. 일본은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일본 프로농구 B리그는 2026년부터 동시에 뛸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최대 4명으로 늘렸다. 종전엔 2명이었다. 시마다 신지 B리그 사장은 “억지로 일본 선수를 많이 뛰게 만든 리그는 우물 안 개구리일 뿐, 그것으로 일본 농구가 강해진다고 믿지 않는다”며 “B리그의 외국인 선수도 꺾지 못하면서 일본 농구가 세계에서 위용을 떨치길 바라는 건 무리”라고 제도 변경 취지를 설명했다. 중국 프로농구 역시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오히려 한 물 간 NBA 스타들을 영입하고 있다.
이상윤 SPOTV 해설위원은 “득점 1위는 매시즌 바뀌는데, 그 중 국내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외국인 선수 위주의 전술들도 문제”라며 “결국 일반인들이 알만한 농구 스타가 거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KBL을 비롯한 농구계가 손 놓고 있지 말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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