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 “가혹한 인격살인… 이선균 방지법 만들겠다”
봉준호 감독과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등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12일 고(故) 이선균씨 사건 진상 규명,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작년 12월 숨졌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29개 문화예술 단체가 모여 만든 ‘문화예술인연대회의(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배우 김의성은 “작년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최초 보도 이후 이씨가 약 2개월 동안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며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했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 동안 경찰은 수사 보안에 한 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고 했다. 가수 윤종신은 “내사(內査) 단계에서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모든 언론은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작년 11월 24일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 간의 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한 KBS에 대해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했다.
정부와 국회에 대해서도 수사 절차에 관한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원태 감독은 “형사 사건 공개 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성명서에는 배우 송강호 등 대중문화예술인 2000여 명도 이름을 올렸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나가겠다”며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기 위해서 경찰청과 KBS에도 성명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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