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있는데 범인은 없다…‘바둑 살인사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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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그날 처음 만났다고 했다.
이들은 술을 마시며 바둑도 뒀다.
이런바 '바둑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검찰은 함께 술 마시고 바둑을 둔 A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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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9곳 흉기에 찔려 숨진 채로 발견
둘은 그날 처음 만났다고 했다. 같은 건물에 각각 혼자 살았지만 내왕은 없었다.
사건은 지난해 7월 8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발생했다. 60대 A 씨가 50대 B 씨를 찾아가며 시작됐다. A 씨는 그날 마당에서 시끄러운 기계를 썼다. 미안해서 막걸리를 사 들고 B 씨를 방문했다. B 씨는 반가웠다. A 씨에게 "형님 같은 사람 처음 봤다"고도 했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셨다. 이어 A 씨의 주거지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들은 술을 마시며 바둑도 뒀다.
A 씨는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B 씨를 발견했다. 황망한 A 씨는 건물 2층 주인집에 올라가 신고를 부탁했다. 도착한 경찰은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B 씨는 A 씨의 집 거실에서 가슴과 목 등 9곳이 흉기에 찔린 채 숨져있었다. 이런바 ‘바둑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검찰은 함께 술 마시고 바둑을 둔 A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구속 기소했다. 범행 도구로 쓰인 흉기에는 A 씨와 피해자 B 씨의 지문이 나왔다. 이웃으로부터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A 씨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B 씨와 술을 마시며 바둑을 두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다투다 B 씨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판단했다. 부검 결과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항거 불능 상태로 볼 수 있는 0.421%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제주지검은 전날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A 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서 A 씨 변호인은 "제삼자의 출입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제출한 CCTV 영상은 주거지 앞 도로만 비추고 있으며 주거지 건물 뒤쪽 논이나 밭, 주차장 등을 통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다. 피고인이 B 씨를 살해했다는 주장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반박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 도구인 흉기에는 피고인과 B 씨의 지문밖에 없다"며 "제삼자가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고 B 씨의 혈흔을 피고인 의복에 묻히고 도주하는 건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과한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벌어진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해 진술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상해치사와 여러 차례의 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알코올 관련이나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당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사람(B 씨)이 죽어있고 해서 너무 무서웠다. 핸드폰을 찾다가 위층 주인집에 올라가 신고 좀 해달라고 했다"며 "제 결백보다도 같이 술을 마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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