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28일째 은거’ 두더지 게임, 특검 에너지 더 응집중 [논썰]
NBS조사 ‘거부권 잘못’ 65%, 특검 민심 지속돼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대통령이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법적 권한을 남용한 첫 사례입니다. 윤 정권 출범 이래 국정 사유화 논란이 끊이지 않더니, 기어이 공적 목표를 위해 써야 할 거부권마저 사적으로 남용하는 초유의 반헌법적 행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국무위원을 ‘부인 방탄’ 거수기로 써
거부권 행사 과정도 비상식적입니다. 특검법안 정부 이송 하루 만인 지난 5일 아침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거부권을 썼습니다. 혹시라도 정족수가 모자랄까 국무위원들 출결까지 꼼꼼히 챙겼습니다.
“심지어 국무회의에 불참하는 국무위원에게 불참사유서를 제출하라고 공지했다.”(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5일 최고위원회의)
새해 초 국정에 매진해야 할 장관들을 부인 방탄용 거수기로 동원한 셈입니다. 이렇게 무리수를 써가며 거부권 행사를 서두른 이유야 누가 모르겠습니까? 9일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재의 표결까지 속전속결로 끝내, 신속히 법안을 폐기하고 김 여사가 발 뻗고 잘 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일념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본회의 재의 상정 불발로 이런 의도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권은희 “현재 상황은 국회 입법권이 대통령의 부당한 거부권 행사에 의해서 침해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거를 재의결을 통해서 헌법을 다시 헌법의 침해를 치유해야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헌법 수호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진행자 “시간을 갖고 이걸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 된다라는 말씀이신 거죠?”
권은희 “맞습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 1월8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권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특검법에 찬성 표결)
현재로선 2월 초 설 연휴 뒤 열리는 본회의에 가서야 재의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분간 김건희 특검법이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설날 밥상머리 화제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뉴스타파 “검찰, 김건희·최은순 수익 23억원 파악”
더구나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거부권 행사 뒤인 1월11일 뉴스타파는 검찰이 산정한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수익을 공개했습니다. 김 여사가 13억9천만원, 최씨가 9억여원 등 모두 23억원에 이릅니다.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주식을 맡겨 투자를 했다가 수천만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조금 비쌀 때 사서 쌀 때 매각한 게 많아서 나중에 수천만원의 손해를 보고”(2021년 12월14일 관훈클럽 토론회)
그러나 검찰 수사기록은 전혀 다른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누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서 공범 기소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이 윤 정권 출범 7개월 뒤인 2022년 12월3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재판부에 제출한 마지막 의견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검찰 조직은 김 여사 수사에 착수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 수뇌부가 용산 눈치를 보며 정황과 증거를 뭉개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의혹이 더욱 커지게 됐습니다. 특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권이 특검법에 대한 국민 관심을 희석시키기 위해 들고 나온 대처법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물타기’입니다. 제2부속실, 특별감찰관실 등 곁가지 대응책을 들고 나와 특검법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겠다는 심산입니다.
“우리 당은 민주당과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10일 기자들과 만나)
볼드모트처럼, 김건희 이름 못부르는 한동훈
둘째, ‘감추기’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을 가리고, ‘도이치 특검법’이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쌍특검은 도이치만 있는 게 아니라 50억도 있죠.”(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1월8일 비대위 회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면, 평범한 마법사들이 볼드모트라는 악당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못한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지금 집권세력이 보이는 행태가 딱 이렇습니다.
셋째, ‘숨기’입니다. 평소 공개 행보를 즐기던 김건희 여사가 언제부턴가 싹 사라졌습니다. 세어보니, 지난해 12월15일 네덜란드 순방에서 귀국한 뒤 1월12일까지 28일째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특검법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시기입니다. 당분간 조용히 지내며 국민 관심이 식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얄팍한 대응으로 특검을 바라는 도도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빨리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첫째, 물타기로는 특검 민심을 희석할 수 없습니다.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둘 다 처음부터 있어야 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상한 고집을 부리면서 폐지하거나 미적거린 기구입니다. 제2부속실은 지난 대선 기간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폐지를 공약했습니다.
“하여튼 제2부속실은 불필요하다고 늘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고, 청와대가 일단 인력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21년 12월)
김 여사의 공적 활동을 최대한 축소한다는 차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폐지 부작용만 두드러졌습니다. 지금은 제2부속실 대신 대통령을 보좌하는 부속실과 비서실에서 배우자 보좌까지 함께 맡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홍보와 순방외교 기능 등도 대통령과 배우자 보좌가 뒤섞여 있습니다. 실제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의 경우 김 여사가 윤 대통령보다 더 돋보이게 촬영·편집된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김 여사 라인 소리를 듣는 인사들이 부속실과 비서실의 여러 주요 포스트를 장악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혹 자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배우자 보좌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부인 부속실을 만들어서 공적 관리를 해야 된다. 저는 반대 안 해요.”(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2023년 1월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는 특별감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면 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국회 추천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여당 또한 각종 조건을 달면서 여야 협의를 진척시키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특별감찰관, 북한인권재단 이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등 3개 기관에 대한 국회 추천 절차를 밟아야 한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2년 8월23일 원내대책회의)
특별감찰관과 전혀 상관 없는 별개 사안을 연계한 것입니다. 야당도 추천권을 야당에 줘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결국 특별감찰관 임명을 꺼린 윤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 눈치만 본 여당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특검 덮는 수단 안돼
이제 와서 여당은 특별감찰관 추천을 특단의 카드나 되는 양 내세우고 있습니다. 야당은 특별감찰관 추천 논의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제2부속실이나 특별감찰관이 특검에 대한 민심의 요구를 가리는 수단이 될 순 없다고 강조합니다. 두 기구 확충이 이후 김 여사의 부적절한 행위를 관리하는 방안이 될 순 있지만, 이미 벌어진 김 여사의 중범죄 의혹을 공명정대하게 규명하는 특검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특별검사법은 이미 발생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수사를 하자는 거거든요. 제2부속실이라고 하는 것은 배우자의 향후 일정 같은 걸 관리해서 사고가 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고, 특별감찰반도 예방적인 활동입니다. 전혀 제도의 취지가 다른 거죠.”(정성호 민주당 의원, 1월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둘째, 김 여사 이름을 감춘다고 해서 민심을 진정시킬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뭐가 그토록 무섭길래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느냐는 의구심만 북돋울 뿐입니다. 감추기의 시작은 한동훈 위원장이었습니다.
기자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때 여론 우려 어떻게 생각하나?”한동훈 “도이치 특검 역시 제가 왜 그게 총선 악법인지 설명드렸어.”(1월1일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물었는데, 도이치 특검이라고 답합니다. 이후 여권에선 김건희 특검이 아닌 도이치 특검으로 명칭이 일사불란하게 통일됩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에 문재인 정권 시절에…”(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1월9일 KBS ‘전격시사’)
“사실 이거 도이치모터스 특검, 이거는 진짜…”(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1월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지금 여당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한가지로 모아집니다. 민심을 똑바로 읽고 윤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비대위 첫 시작부터 성역을 쌓고 민심과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준석 “인요한 위원장이 성역을 못 건드려서 망한 것처럼, 저는 지금 한동훈 위원장이 성역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그 얘기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얘기하는 겁니까?”
이준석 “아니요.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를 얘기하는 건데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1월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김 여사 은거 세번째, ‘두더지 게임’ 반복 식상
셋째, 숨기 작전 또한 너무 식상합니다. 김 여사가 대외활동 없이 은거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첫번째는 지난 대선 기간이었죠. 허위 이력, 주가 조작 등 의혹에 휩싸이자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고 선언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2021년 12월26일 ‘허위 이력’ 의혹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하지만 권력을 잡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한 내조’ 약속을 깨고 떠들썩한 공개 행보에 들어갔습니다. 팬클럽의 요란한 활동도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해명도 사과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2022년 7월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공적 자격이 없는 민간인 지인을 대동한 것이 드러나 ‘비선 동행’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역풍을 자초했습니다. 20%대까지 떨어진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까지 맞물리자 한동안 또 공개 행보를 자제하는 듯 했죠. 하지만 2023년이 되자, 1월11일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이전보다 더 시끌시끌한 공개 행보를 재개했습니다.
“지금 보니까 영부인이 아니라 대통령 행세를 하는 거예요.”(박지원 전국가정보원장, 2023년 1월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이후로는 해외 순방, 국내 행사를 가리지 않고 튀는 행보로 여러차례 각종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방문 때 명품 쇼핑 논란을 빚은 게 대표적입니다. 놀라운 건, 공개 행보를 자제하는 듯 보이던 2022년 6월과 9월에도 외부 인사들을 사적으로 만나면서 샤넬 화장품과 디올 백 등 명품 선물까지 거리낌 없이 받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11월 뒤늦게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죠.
어떻습니까. 이처럼 김 여사가 국민의 시야에서 몸을 숨긴 것만 벌써 세번째입니다. 그때마다 관심이 좀 줄었다 싶으면 슬그머니 다시 등장해 이전보다 더 뜨르르한 행보를 선보이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앞 오락실 두더지 게임을 보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 사이에도 국민 모르게 명품백까지 받아 챙기는 살뜰함을 보였습니다. 그래놓고도 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도무지 부끄러움이라곤 모르는 태도입니다. 이제 와서 또 얼굴을 숨겼다고 한들 특검법 망치만 피하면 또 어떤 구멍으로든 다시 고개를 내밀 것임을 어느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처럼 속이 뻔히 보이는 꼼수를 총동원해 특검 민심에 맞서는 집권세력의 모습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마귀가 수레에 맞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숨고 감추고 가린들 ‘법 앞에 평등’을 바라는 대다수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검찰이 2020년 4월 첫 고발 이후 4년 가까이 손을 놓은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이제는 특검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게 압도적 민심입니다.
NBS 조사 ‘거부권 잘못’ 65%, ‘잘했다’ 23%
실제 거부권 행사 뒤에도 높은 특검 지지 여론엔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 8~10일 이뤄진 전국지표조사(NBS)에선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23%인 반면,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65%로 세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시간이 흐르면 특검 민심도 흩어질 걸로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민심 추이는 특검 에너지가 사라지긴커녕 더욱 응집되고 있는 상황임을 말해줍니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5.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조)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민이 늘 무조건 옳다”고 했습니다. 대선 후보 때는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 졌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지금 와선 민심을 외면하고 배우자 보호를 위해 대통령의 특권을 사사로이 남용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도 “선민후사”를 말했습니다. 지금 와선 특검 민심을 왜곡하고 조롱하는 궤변을 쏟아내며 ‘김건희 방탄’ 맨 앞에 서 있습니다. 옳든 그르든 주인 말만 따라하는 앵무새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언제까지고 이런 오만과 특권을 용납하리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고 오산입니다. 이제라도 민심 무서운 줄 알아야 합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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