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만 최대 신베이시 달군 대선 전야 민진·국민당 마지막 유세
국민당 허우유이 '홈그라운드' 최종 유세에 민진당 라이칭더 1.4㎞ 거리서 '맞불'
(신베이=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메이더잉타이완!"(美德嬴臺灣)
12일 대만 신베이시 반차오 제2운동장. 오후 4시(현지시간)께부터 "샤오메이친, 라이칭더 대만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뜻의 노래 '메이더잉타이완'이 울려퍼졌다.
발음이 영어 '메이드 인 타이완'(made in Taiwan)과 비슷해 노래 속에서 '메이드 인 타이완, 메이더 잉 타이완"이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노래는 친미 독립 성향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의 이름을 따 "메이친은 대만을 사랑하고 칭더는 대만을 보살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 제16대 대선을 하루 앞둔 이날 밤 대만 최대 도시 신베이시는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반차오 제2운동장에서 민진당의 마지막 유세가 열리고, 불과 1.4㎞ 떨어진 반차오 제1운동장에서는 제1야당인 친중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각기 수만명 규모의 대규모 스타디움에 둥지를 튼 양당은 오후 7∼8시부터 온힘을 쏟아부은 마지막 총력 유세전을 펼친다.
오후 4시께부터 각 운동장에는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어 앞자리부터 채워나가며 지지 정당의 깃발을 흔들었다.
신베이시는 수도 타이베이를 에워싼 한국의 경기도 같은 행정구역이다. 대만 최대 인구 도시이다.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현 신베이시 시장이라는 이점이 있는 가운데, 라이칭더 후보의 신베이시 집회를 두고 민진당 측에서는 '허우유이 본거지를 공격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일반적으로 선거 전야 타이베이 총통부 앞 거리 집회가 정치적으로 큰 상징성을 띠지만 추첨을 통해 결정한 이번 선거 전야 선거 유세권은 제3 정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에게 돌아갔다.
이에 허우유이가 자신의 본거지인 신베이시 반차오 제1운동장에서 마지막 선거 유세를 결정하자 민진당이 바로 옆 반차오 제2운동장 집회를 결정하며 맞불을 놓아버린 형국이다.
민진당 유세 현장에서 만난 린모(50)씨는 "라이칭더는 경력이 완벽하다. 입법위원(국회의원), 타이난 시장, 행정원장(총리), 부총통을 모두 지냈다"며 "그러나 나머지 두 후보는 그런 절차를 밟아 일해 본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딸과 현장을 찾은 쉬모(43)씨는 "우리는 대만과 중국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 관계를 원한다"며 "대만인들이 옳은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나는 일본에서 왔어요", "나는 스위스에서 왔어요" 등의 팻말을 들고 앉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부재자 투표가 없는 대만에서는 선거철이면 표를 행사하기 위해 귀국하는 재외국민의 행렬이 이어진다.
민진당은 원래 대만 젊은층에 기반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중당 커원저 후보 돌풍으로 위기감에 휩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양모(42)씨는 "요즘 젊은 세대는 윗세대가 해바라기 운동 등을 통해 쟁취한 민주화 운동의 수혜를 입었을 뿐 그 과정은 모른다. 홍콩의 우산혁명도 요즘 2030 세대는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두렵지만 무릎 꿇어 얻는 평화는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바라기 학생운동'은 친중 성향인 국민당 마잉주 정부가 2013년 6월 중국과 양안서비스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 3월 입법원에서 이 협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하자 대학생 지도부가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화에 반대하며 입법원을 점거하고 24일간 농성한 것을 말한다.
홍콩의 우산혁명은 같은 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홍콩인들이 79일간 도심을 점령한 시위다.
2030 세대인 리모(32) 씨는 "내 주변 30대는 커원저를 별로 지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커원저를 지지하는 젊은층은 대부분 이번에 대선 투표를 처음하는 20대 초반 세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라이칭더는 자주국방을 얘기하는데 다른 후보들은 중국에 기댄 평화를 얘기한다. 나는 그것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가하면 황모(42)씨 부부는 "대만 수호" 등의 구호가 적힌 손수 만든 팻말을 들고나왔다.
그는 "나는 내 손으로 대만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고 민주와 자유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반차오 제1운동장에서는 정반대 주장과 모습이 펼쳐졌다.
한 손에 소형 청천백일만지홍기(대만 국기)를 든 70대 린모 씨와 천모 씨는 정의감이 넘치는 허우 후보가 현재 사회적으로 불안한 대만 사회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가 국제관계와 경제를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시민을 위하는 마음이 크다고 주장했다.
다만 허우 후보 당선 가능성에 대해 마음속으로는 100% 이상이지만 실질적으로 50% 이상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박빙 접전이 펼쳐지긴 했지만 라이 후보가 허우후보에 계속 근소하게나마 지지율이 앞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류모(65) 씨는 허우 후보가 모든 대만인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통 후보를 지지하는 기준이 정당이 아닌 인물이라며 "허우 후보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대만산 코로나19 백신인 가오돤(高端·MVC) 등 문제가 너무 많은 민진당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친구 장모 씨도 민진당이 지난 8년간 코로나19 백신, 각종 투자사업 등에서 많은 부패를 저질렀다면서 "뭐가 무서워서 가오돤 백신 관련 기록물을 30년간 열람 금지를 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선거 당일 날씨만 좋다면 허우 후보에 80% 이상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40대 리모 씨는 허우 후보가 정직하기 때문에 경제 및 양안(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당 원로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최근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양안 관계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는 '친(親)시진핑 발언'을 해 지지율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국민당 유세 현장에는 주로 중·장년층이 많았지만, 20대도 드물게 보였다.
대학생 천모 씨와 그의 친구는 올해 20세가 돼 처음 투표한다면서 허우 후보만이 '중화민국'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허우 후보가 경찰 출신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라이 후보 당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허우 후보에 조그마한 도움이 되고자 지지한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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