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또 나왔어" 유적 쏟아지는데…조사도 없이 도로 공사

송우영 기자 2024. 1. 1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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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민원 뒤에야…대구 달성군, 뒤늦게 유적 조사
[앵커]

대구 죽곡산 일대는 삼국시대 유적이 곳곳에 있는 문화재터인데 여기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도로 공사가 시작돼 논란입니다. 주민 민원에 공사를 멈추고 뒤늦게 조사에 들어갔는데, 파손된 유물들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입니다.

[기자]

삼국시대 고분과 산성으로 유명한 죽곡산입니다.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 공사를 한 흔적이 보입니다.

흡사 공사 현장처럼 보이지만 대구에 있는 한 산의 중턱입니다. 여기저기 이렇게 잘린 지 얼마 안 된 나무들도 널려 있고요. 현장은 지금 파란색 임시 천막으로 덮어놓은 상태입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산을 올라가봤습니다.

[김종원/생태학자 (전 계명대 교수) : 탐방로를 따라 걷다가 주변에 토기 쪼가리(조각)가 보여서 주웠는데 이 위에 문양을 보고 깜짝 놀라서…]

땅을 파헤치자 토기 파편들이 쉽게 발견됩니다.

[김종원/생태학자 (전 계명대 교수) : 여기 또 나오네. 또 나왔다. 또 나왔어.]

[이성주/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 삼국시대 고분에서 주로 출토되는 장경호(목이 긴 항아리) 파편이고요. 아마 5세기 후반대로 보여집니다. 고분의 그 무덤 안에 음식을 담아서 제사를 지낼 때 봉헌하는…]

산 정상에는 돌무지를 쌓아 올린 산성도 보입니다.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거고요. 하지만 보존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일부는 무너진 채 이렇게 방치돼 있고, 그 옆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무덤도 보입니다.

비와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암각화도 있습니다.

[이하우/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 (전 한국암각화학회장) : 참 흔한 게 아닌데. 아마도 대구에서는 이게 처음일 것 같은데. 하늘에 비를 부르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농사가 잘되기 위한 풍요의 의미에서.]

연구 가치가 크지만 부서져 있습니다.

선사시대 유물로 보이는 '윷판형 암각화'도 있습니다.

조상들이 농사를 위해 천문을 공부한 흔적입니다.

[이하우/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 (전 한국암각화학회장) : 모서리 4개에 각각 7개씩의 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것을 북두칠성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조상들이) 하늘과 이걸 대조하면서 미리 어떤 자연적인 변화, 계절 변화를 점치고자 하는.]

이것도 훼손될 뻔했습니다.

원래 문화유산이 있는 곳에서 공사를 하려면 문화재 조사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여기선 생략됐습니다.

[대구 달성군 관계자 : 알고 (실수를) 하지는 않잖아요. 몰라서 그런 겁니다. (담당자가) 인사 이동하다 보니까.]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공사는 지역 주민인 생태학자가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멈췄습니다.

[이하우/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 (전 한국암각화학회장) : 여기 포클레인이 긁고 지나가 버렸는데 이쪽에서 봤을 때. (유적이) 어떻게 이렇게 방치가 돼 버렸는지는 참 굉장히 의문이죠.]

관리 책임이 있는 달성군청은 뒤늦게 공사를 멈추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문화재청은 공사 규모가 일정 수준 이하라서 직접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만 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공사를 잠시 멈출 게 아니라 아예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합니다.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작은 길을 내면서 수백 그루의 나무를 과연 잘라도 되는가. 이거는 사실은 길에서 벗어나 있는 데입니다. 이런 나무까지 자를 이유가 없는데.]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암각화가 남아 있는 이 산, 문화재로서도 자연 보호를 위해서도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편리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너무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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