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돈 없어 감옥 가는 사람들…'장발장은행'이 돕는다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옥살이를 한 소설 속 주인공, 장발장의 사연 기억하시죠.
소설의 배경에서 2백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엔, 먹고 사는 문제로 경범죄에 연루되고,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돼서 감옥에 가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연들이 있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인권연대에서 운영하는 장발장은행의 오창익 대표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먼저 이 장발장은행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창익 사무국장 / 인권연대
그러니까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르는 게 맞아요, 그런데 장발장의 문제는 빵 한 조각을 훔쳤는데 19년 동안에 감옥에 가둔 거잖아요.
비례가 안 맞는 겁니다.
형사처벌의 대부분은 벌금형을 선고받는 건데 벌금형을 선고했다는 건 감옥에 보내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거예요.
그런데 벌금을 내지 않으면 감옥에 가게 되거든요.
그러면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고 벌금형을 선고했는데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감옥에 간다면 비참한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 2021년에 2만 1천 명 정도 됐어요, 한 해에.
그러다가 22년에는 2만 5천 명으로 늘었고요.
코로나 종식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작년인데요, 5만 명으로 2배가 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단지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러니까 죄질이 나빠서 위험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가는 사람들이 5만 명이나 되는 겁니다.
이 문제가 생긴 까닭이요, 벌금은 보통 어떻게 나오냐면 벌금 200만 원 300만 원 이렇게 선고되잖아요.
근데 그 같은 돈이라도 재산이나 소득에 따라서 완전히 느껴지는 게 달라요.
돈이 많은 사람에게 벌금 300만 원은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고 고통도 없지만 정말 어려운 형편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벌금 200만 원, 300만 원이 감당할 수 없는 돈이거든요.
그래서 몸으로 떼우는 감옥에 가는 일이 있는데, 누구든 간에 감옥에 가면 비참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장발장은행을 만들어서 가능하면 저희한테 돈을 빌려서라도, 저희는 원금만 나눠 갚으면 되거든요.
무담보 무이자로 돈을 빌려드리니까 감옥 가지는 않고 사회에서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고요.
특별히 하고 싶은 건 뭐냐 하면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벌금을 소득과 재산에 따라 다른 액수를 매깁니다.
그런데 우리는 소득과 재산하고 상관없이 같은 액수를 매기거든요.
그래서 정부에서 또 의회에서 벌금 제도를 개혁해 주셨으면 고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바람이 생기는 까닭은 핀란드 같은 나라가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소득 재산 비례 발금제를 도입했는데 도입한 게 1921년이에요.
핀란드가 103년 전에 했다는 걸 대한민국이 못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 장발장은행이 설립된 게 만 9년, 올해로 10년 차인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습니까?
오창익 사무국장 / 인권연대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들 많았고요.
저희가 다 도와드리지는 못했고 또 기준이 안 되는 분들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1,267명에게 돈을 빌려드렸고요.
물론 무담보 무이자로 빌려드렸고, 빌려드린 액수는 한 22억 원 좀 넘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럼 도움을 주실 때 갖고 계시는 어떤 기준이 있습니까?
오창익 사무국장 / 인권연대
저희는 보통 은행은 이제 돈을 잘 갚을까를 보고 빌려주잖아요.
저희는 그런 건 아니고 돈이 얼마나 절실한가입니다.
저희가 생각할 때 물론 누구나 다 감옥에 가면 안 되지만 특별히 감옥에 가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한부모 가정의 엄마나 아빠 혼자 애를 키워야 되는데 엄마나 아빠가 감옥에 가게 되면 정말 큰일이거든요.
또는 어르신을 혼자 모시고 있다거나 이런 경우에 우선적으로 빌려드리고요.
또 젊은이들 같은 경우에 10대 후반 20대 초반 이런 젊은이들이 감옥에 가는 건 사회적으로 사실 되게 안 좋은 일이거든요.
감옥에 가면 고통은 받지만 또 하나 문제는 범죄를 배우는 경우도 많아요.
범죄에 오염되는 경우도 많고 가벼운 범죄 때문에 벌금을 못 내서 감옥에 가서 더 큰 범죄자가 돼서 돌아온다면 사회적으로 손해가 많잖아요.
그 젊은이에게도 손해고 그래서 그런 분들을 우선으로 빌려드리고요.
못 빌려드리는 분들은 음주운전하신 분들은, 이거는 정말 음주운전은 하면 안 되는 게 이제는 다 아시니까 음주운전한 분들 또 몰카 찍고 이런 분들은 안 빌려드리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적지 않은 분들이 다녀가셨는데 그렇다면 특별히 또 기억에 남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오창익 사무국장 / 인권연대
많은 분들이 기억이 납니다.
저희가 대출해주기로 심사를 하는데요, 전화를 드리면 많은 분들이 한숨을 크게 쉬거나 울거나 이런 분들도 있어요.
살았다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저희가 빌려드리는 돈이 결코 많지 않습니다.
200만 원 3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어떤 개인에게는 굉장히 큰 돈이고 살았다라고 절로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돈이죠.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는데 요즘 겨울철 되면 기억에 남는 분은 저희가 사무실에서 붕어빵 아저씨라고 부르는 분인데요.
가벼운 범죄 때문에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목돈을 마련 못해서 저희가 빌려드렸고 저희 돈은 나눠서 갚았어요.
그런데 이분이 겨울철만 되면 후원을 많은 돈은 아니지만 자주 해 주십니다.
그러니까 붕어빵이 여름보다는 겨울에 좀 더 팔린다고 그래서 전화도 주시고 오늘 얼마 내가 후원했어요 이러는데 정말 뭐랄까 이제 따뜻한 온기를 기억했다가 그걸 다시 전해주시는 거여서 정말 고맙죠.
서현아 앵커
의미 있는 영향력으로 또 확산이 되고 있네요.
그렇다면 이 대출금 갚을 때는 은행처럼 어떤 정해진 이자와 원금이 있는 건지 아니면 또 형편이 나아지는 대로 갚을 수 있는건지 궁금합니다.
오창익 사무국장 / 인권연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요.
감옥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희 마음을 표현하는 거여서 담보도 없고 이자도 없어요.
그리고 저희 사무실에 찾아와서 돈을 빌리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몇 가지 서류로만 간단히 제출을 해드리거든요.
믿고 해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간편하죠, 갚는 것도 잘 갚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사실 이 시민단체가 인권단체가 이런 은행을 운영하시는 게 쉬울 것 같지도 않고요.
어려운 고비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계속 지속하게 되는 어떤 원동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창익 사무국장 / 인권연대
장발장은행을 운영하는 인권연대는 99년에 만든 단체인데 25년 동안 한 번도 정부 지원이나 보조를 받은 적이 없어요.
오로지 시민의 참여로만 운영했는데 장발장은행도 같은 원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이 모자랄 텐데 너무 신기한 게 장발장은행 만든 다음에 단 한 번도 돈이 없어서 대출을 못 해드린 적이 없어요.
이상해요, 화수분 같아서 돈이 좀 떨어진다 어떡하지? 잔고가 적은데 이럴 때 빌려갔던 분들이 갚으니까요.
돈은 돌잖아요, 그리고 후원자들이 후원을 해 주시고 해서 정말로 저도 좀 이해할 수 없는데 신기하게도 돈이 없어서 빌려드리지 못한 적은 없었고요.
그건 아마 우리 사회가 그래도 여러 가지로 거칠고 또 파편화돼 있고 이런 얘기들 많이 하고 걱정도 많지만 밑바닥에는 이렇게 따뜻한 온기가 흐르고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역시 고마운 일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또 이런 지적도 있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잘못을 해서 벌금을 내는 건데 도와주는 게 맞냐 어떻게 보십니까?
오창익 사무국장 / 인권연대
저희가 도와드리는 게 대단한 걸 도와드리는 게 아니라 돈을 드리는 게 아니라 빌려드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약간의 서비스가 있는 겁니다.
또 하나는 범죄라고 하는 게 굉장히 달라요.
다른 사람을 해친 범죄도 있지만 기초질서 위반 수준의 범죄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운전을 하다가 깜빡 졸아서 중앙분리대를 박았다 하면 내 차만 긁히고 내가 손해인데 실제로 그건 범죄이기도 해요.
무슨 범죄냐 공용물 손괴죄라는 거예요.
내가 범죄를 저지를 의사도 없었고 깜빡 실수였지만 범죄가 되는 건 맞습니다.
또 장발장은행에 오시는 많은 손님들 중에 어떤 범죄가 많냐 하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인데요.
흔히 자기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쓰이는 겁니다.
이런 굉장히 나쁜 범죄 같잖아요.
그런데 범죄가 진행되는 과정은 이래요, 어느 은행에 갔다가 대출을 받으려고 그랬는데 요건이 안 되니까 못 해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낙담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자가 옵니다.
무슨 은행 비슷한 데서 당신이 대출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통장을 보내주면 대출 여부를 알아봐주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통장을 보내니까 이게 결과적으로 대포통장으로 쓰이고 나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됐는데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사도 없고 그렇죠.
또 일종의 피해자이기도 하잖아요, 이런 분들까지 정말 우리가 다 손가락질 해야 되느냐 이를테면 음주운전은 누가 봐도 그건 차 놓고 가셔야죠, 대리 불러야죠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사례들은 그냥 욕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사례들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분들의 손을 잡아들이는 건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코로나 이후에 벌금 못 내서 감옥 가는 분들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잘못에 대한 대가 있어야겠지만 가난이 또 가중 처벌의 이유는 되지 않도록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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