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자녀 초등학생인데”… 부모급여 인상에도 부모들은 ‘울상’

“잡아놓은 물고기 밥 안 주는 거죠.”

이달부터 0~1세를 대상으로 하는 부모급여가 인상되지만, 혜택 받지 못하는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대상으로 한 정책보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복지혜택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0세(0~11개월) 아동 가정에 월 100만원, 1세(12~23개월)아동 가정에는 월 50만원의 부모급여가 지원된다. 0세 가정의 부모급여는 기존 월 70만원에서 30만원 인상됐으며, 1세는 월 35만원에서 25만원 올랐다.

부모급여는 출산·양육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보전해 가정에서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도입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서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당시 부모급여 관련 보도가 나간 후 댓글 가운데 “영유아도 문제지만 초중고 사교육비가 가장 큰 문제다”, “아이는 커갈수록 돈이 더 많이 들더라” 등의 의견이 있었다. 한 누리꾼은 “영유아만 지원해준다”며 “현실적으로 중고등학생이 되면 지출 비용이 훨씬 많은데 지원받는 아이만 계속 지원받는 느낌”이라고 남겼다.

이러한 반응은 올해도 이어졌다. 이날 보도된 기사 댓글에선 “이미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인데, 제발 8세 이후 자녀에게도 혜택을 달라”, “중고등학생 키우는 4050세대 위해서 국가가 뭘 해주고 있나”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현재 초중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혜택이 필요하다”며 “(영유아뿐만 아니라)모든 아이들이 우리 미래다”라고 전했다.

전문가 역시 지속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도입한 제도가 ‘아동수당’이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0~7세까지 지급하지만 20세까지도 지급하는 나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1~2년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아이가 성장하기까지 긴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초기 영유아를 대상으로만 집중적으로 지원해주고 끝내는 방식이 아닌 지속가능성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16세가 넘어도 고등학교 등에 재학 중이면 학업보조금 용도로 월 1250크로네(약 15만3000원)의 ‘연장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독일의 경우 구직 중이면 21세까지, 대학 재학 중이거나 직업훈련을 받고 있으면 25세까지 월 250유로(약 35만7000원)을 준다.

영국은 16세까지 주는 아동수당을 교육받고 있거나 구직 중인 20세까지 지급한다. 이들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색한 소득 기준을 두고 중학생 이하에만 지급했던 일본도 2025년부터 소득 기준을 삭제하고 대상을 고등학생까지 확대한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육아휴직급여를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아동수당 지급 나이를 0~7세에서 0~17세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