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 ‘파란’…커지는 ‘후보추천위원 사퇴’ 압박 [한양경제]
‘후추위원’ 사내이사 7명·일부 후보군도 수사선상
롱리스트 선별에 ‘차질’ 전망…범대위 “이사들 사퇴해야”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접대성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을 받는 포스코그룹 지주사의 사내·외이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포스코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논란의 해외 이사회에 동행했던 사외이사 7명 전원이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이들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후추위)의 적절성 시비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건된 인사들 중에는 차기 회장군에 포함된 일부 계열사 임원들도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그동안 후추위의 차기 회장 선출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해온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후추위원의 ‘조기 사퇴’ 등을 주장해온 만큼 후추위원 교체 등 파문이 확산될 수도 있다.
12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벤쿠버 이사회 참석자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사내·외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수사는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범대위 측 인사의 고발이 발단이 됐다.
앞서 지난달 7일 ‘포스코지주사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 임종백 공동집행위원장은 최 회장 등 포스코 사내·외이사, 임직원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한양경제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피고발인들은 최 회장과 그룹 계열사 대표 등 사내이사, 사외이사, 포스코 현지 법인인 포스칸(POSCO-Canada) 법인장 등이다.
범대위 측은 고발장에서 지난 8월 초 캐나다 벤쿠버와 등지에서 열린 이사회를 명목으로 최 회장 등 이사회 구성원들이 ‘골프관광 등 일정으로 최고급 호텔에 묵고 최고급 와인 등을 즐기며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고발인은 포스코 현지 법인 포스칸 법인장 등 소속 임직원들이 사전 논의해 포스칸의 법인카드 등을 이용해 포스코홀딩스 행사에 부당 사용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고발인은 포스코홀딩스의 ‘호화 해외 이사회’의 배경으로 현 회장의 3연임 시도 가능성을 꼽았다. 임 위원장은 고발장에서 “최 회장이 내년 2월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후추위위원인 사외이사들에 대해 로비를 벌일 개연성이 있다는 언론의 지적에도 향응 접대를 미끼로 부당한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인 측이 의혹을 제기한 당시 캐나다 해외 이사회 일정은 호텔 숙박비와 전세기 이용, 유흥 등을 위해 억대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6일부터 12일까지 5박 7일간 일정 동안 소요된 예산은 약 6억8천만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칸, 포스코 등 현지법인 및 계열사가 나눠 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캐나다 방문 일정 중 이사회는 한차례 열렸고 나머지는 현지 시찰과 관광 일정으로 채워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하루 숙박비는 1인당 100만원 중반 수준으로, 병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프랑스제 와인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로 법리 검토 등을 거쳐 피고발인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업무상 배임 혐의 외에도 일부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고발이 이뤄진 만큼 입건해 초기 수사를 하고있는 단계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제기된 주장에 대해 한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경찰 입건과 관련해 캐나다 현지에 있는 사업장을 직접 보며 이사진들이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지에서 진행하는 이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곤 매년 정기적으로 열어왔다고 해명했다.
거액의 예산 집행 내역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용 금액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기 회장 선출이 임박한 가운데 포스코 이사회 구성원들이 대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회장 선출에도 빨간불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초 후추위는 오는 17일 내부 후보자 7명과 외부 후보자 15명 등 총 22명을 대상으로 내외부 롱리스트를 정한 뒤, 1월 말 개별 후보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면접이 완료되면 회장 후보 1인을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한다.
하지만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추위원 전원이 ‘접대성 해외 이사회’ 의혹으로 경찰에 입건된 데다, 포스코 계열사 대표 등 일부 사내이사들도 경찰 수사를 받을 수 있어 후보 선출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그동안 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온 포스코범대위 등 지역 단체들의 ‘이사회 새판 짜기’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이날 포스코범대위는 성명을 내고 “배임 혐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내이사들은 즉시 회장 후보를 사퇴하고 사외이사들은 즉시 후추위원에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포스코범대위는 그동안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최 회장의 3연임 반대와 후추위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11일 범대위는 단체 관계자와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상경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단체는 “현 회장의 하수인인 사내이사는 회장 후보 자격이 없고 거수기 사외이사는 회장 추천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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