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 개막, 실적 전망 하향되며 증시 취약?…AI주는 예외[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1. 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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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연초 부진을 딛고 반등했지만 시원하게 오르진 못하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인공지능) 관련주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10일(현지시간) 1포인트도 안 되게 올랐지만 어쨌든 지난 5일부터 5거래일째 강세를 지속했다. S&P500지수는 지난 5일과 8일 상승한 뒤 약보합과 강보합을 반복했고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중 9일 하루만 하락했다.


꺾이지 않는 3월 금리 인하 기대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비 3.4% 올라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인 3.2% 상승을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비 3.9% 올라 시장 전망치인 3.8% 상승을 상회했다.

그럼에도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오는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70%를 넘어 투자자들의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꺾이지 않았다.

이날 CPI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음에도 증시가 보합권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준 위원, 3월 금리 인하 기대 일축
이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오는 3월 금리 인하 예상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12월 CPI는 연준(연방준비제도)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그 일은 제한적인 통화정책"이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 위원이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1월에 3월과 5월, 6월 등에 대한 정책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며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지금 얘기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리 인하 때까지 변동성 장세
지난해 12월 CPI와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감안할 때 오는 3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서서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미국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웰스 파고 투자위원회의 글로벌 전략가인 게리 슐로스버그는 1971년 이후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보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때까지 증시가 바닥을 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CNBC에 따르면 그는 "지금부터 연준이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때까지 시장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우리는 연준이 늦봄이나 올해 중반은 돼야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야 비로소 경제 회복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며 "그 전까지 시장은 조정에 취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된 후 증시가 가장 인상적으로 랠리했던 해는 1995년이었다. 연준은 1995년 7월6일부터 총 6번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고 S&P500지수는 1995년에 34%, 1996년에 20% 급등했다.

슐로스버그는 "1995년은 경제 소프트랜딩(연착륙)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난 해이기도 했는데 이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연준이 시의적절하게 통화정책을 완화로 선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론적으로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전까지 올 상반기에는 증시가 약세를, 금리 인하가 시작된 후 올 하반기에는 경제성장률이 반등하면서 증시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S&P500, 올 첫 5거래일에 약세
최근 증시가 연초 부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한 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지표들은 연달아 약세를 나타냈다.

우선 산타 랠리에 실패했다. 이번 산타 랠리 기간인 지난해 12월22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7거래일 동안에는 S&P500지수는 0.9% 하락했다. 산타 랠리 기간에 S&P500지수가 떨어지기는 2015~2016년 이후 8년만이다.

투자 뉴스레터인 주식 트레이더 연감의 편집자인 제프 허쉬는 "산타 랠리 실패는 약새장의 전조 증상이거나 이후 주가가 상당폭 하락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다만 2022년 침체장은 산타 랠리로 시작됐다. 초호황장이었던 2023년도 산타 랠리로 개막했다.

미국 증시에는 새해 첫 5거래일간 증시 수익률이 한 해의 방향성을 결정 짓는다는 속설도 있는데 S&P500지수는 올들어 지난 8일까지 첫 5거래일 동안 0.1% 하락했다.

주식 트레이더 연감의 허쉬는 올해처럼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 18번의 한 해 수익률을 보면 15번이나 첫 5거래일의 수익률과 그 해 전체 증시 방향이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절적 지표는 통계를 기반으로 한 믿음일 뿐이다. 허쉬에 따르면 올해처럼 산타 랠리 실패와 첫 5거래일 증시 하락이 동시에 나타난 적은 1969년 이후 9번뿐이었는데 이 중 S&P500지수가 그 해 하락 마감한 적은 단 2번뿐이었다.

그 2번은 닷컴버블 붕괴가 시작됐던 200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이었다.

어닝 시즌 개막, 취약한 증시?
12일부터는 지난해 4분기에 대한 어닝 시즌이 시작된다. 이날 개장 전에는 JP모간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씨티그룹 등의 대형 은행들과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이번 어닝 시즌에서는 지난해 4분기 실적보다 각 기업들이 밝히는 올해 전망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올해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이 11%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에버코어 ISI의 수석 이사인 줄리안 엠마뉴엘은 "이번 어닝 시즌을 앞두고 문제점은 심리와 포지셔닝 모두 시장 컨센서스만큼의 이익 성장세가 달성 가능하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수준의 이익 성장세는 무착륙(경제가 둔화되지 않고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 시나리오에서도 가능하지 않다"며 이번 어닝 시즌 동안 올해 순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올해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에 대해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240~260달러를 예상하는 반면 엠마뉴엘은 이보다 훨씬 적은 221달러를 전망하고 있다.

그는 "현재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을 무시할 정도의 밸류에이션이 아니기 때문에 어닝 시즌에 주가가 상당히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AI 관련주는 실적 전망 '맑음'
다만 AI 관련 기업들은 매출액과 이익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UBS는 최근 AI가 향후 10년간 증시를 이끌 기술 테마라며 관련 매출액이 2022년 280억달러에서 2027년 4200억달러로 5년만에 15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 기기 산업의 매출액이 15배 늘어나는데 10년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AI 산업은 그보다 2배 더 빨리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최근 증시에서 초과 수익을 내는 종목들은 엔비디아와 AMD 등 AI 관련 반도체주와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등 생성형 AI 모델 개발회사들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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