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이선균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뜻을 모은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이르면 다음주 국회에 성명을 전달한다. 발 빠르게 움직여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일 스타뉴스 취재 결과,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다음주 중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성명서를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피의사실 공표 및 유출로 인한 여러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입법적 보안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본 성명서를 국회의장께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고 이선균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형법 126조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 또는 감독 보조하는 사람이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 외부에 공개했을 경우 성립하는 죄로 규정한다. 여론 재판 방지 및 인권 보호를 위한 장치이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와 상충하는 지점이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선균 방지법'에는 이런 가치 충돌을 둘러싼 문제 해결점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고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고 이선균 방지법'은 이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회 여러 분야와 협의해서 면밀히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며 "골자를 지금 말하기엔 빠른 시점일 듯하다"고 전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다음 주 중 경찰청과 KBS에도 성명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불법적인 수사 관행과 황색 저널리즘으로 치우치고 있는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고 이선균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결성됐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가 참여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장원석 대표는 "고인의 장례 기간 내내 방송, 영화, 음악 등 고인과 함께 작업 및 교류했던 대중문화예술계가 총망라된 많은 분의 조문이 있었다"며 "그 자리에서 수사 및 언론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은 사회 각분야와 협력해서 추진해야 할 문제이기에, 우선 문화예술계의 뜻을 성명서 형태로 모아 내고 모아진 의견을 전달할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에는 전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위원장, 배우 송강호를 비롯한 200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동참했다. 장 대표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는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영화 '기생충'으로 생전 고인과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이원태 감독, 배우 김의성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낭독하며 수사기관과 언론에 대한 자정 노력을 촉구하고, 정부와 국회에 입법적 개선을 호소했다.
한편 고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입건 이후 유흥업소 실장 A씨를 공갈 및 협박 혐의로 고소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불면증으로 처방받은 약이라며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투약에 대한 고의성을 전면 부인한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 결과에선 '음성' 판정이 나왔다.
고 이선균은 지난달 26일 경찰의 3차 소환 조사 이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했으나 이튿날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노상에 세워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경찰은 일각에서 제기된 강압 수사 의혹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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