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동맹들 vs 이란과 친구들…중동전쟁 더 커지기 ‘일보직전’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후티반군의 홍해 위협에 대한 직접 대응으로 이날 폭격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은 캐나다, 호주, 바레인, 네덜란드 등 우방세력의 지원으로 공격에 나섰으며, 후티반군이 홍해일대 상선공격에 활용한 군사자산을 집중 공격했다. 주요표적은 후티의 방공시스템과, 무기고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 등의 친이란 무장세력과 교전을 벌인 적은 있지만 예멘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지난주 후티반군이 상선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19일이후 후티반군이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오가는 민간상선 27척에 로켓포와 미사일 등을 발사한데 대한 최후통첩이었다. 후티 반군은 그러나 이 최후통첩을 무시하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중동지역 확전 자제를 위해 반격을 주저하던 미국·영국 등 서방국들은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 공격기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항모 등이 동원되고, 해군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사용됐다.
이날 공습은 지난 2016년 미국의 후티반군 공격이후 거의 10년만에 가장 큰 공격이었다. 지난 2016년에도 미국은 후티 반군이 해군과 상업용 선박에 포격을 가하자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후티 반군 기지 3곳을 타격한 바 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 목표는 홍해의 긴장을 완화하고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계속되는 위협에 직면해 세계의 가장 중요한 수로 중 하나인 홍해에서 생명과 자유로운 무역 흐름을 보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우리 국민과 국제 무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주저하지 않고 지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영국은 후티반군에 대한 공격이 자위권 차원이라 설명하며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한 미국 당국자는 이번공격은 후티반군의 지도자와 이란을 노린 것이 아니라 홍해를 위협하는 군사능력을 타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리시 수낵 영국총리는 “자위권 차원에서의 제한적 작전을 취한 것”이라 설명했다.
후티반군은 그간 조직력이 약한 군사조직이었지만,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란의 지원을 받아 군사력을 대거 증강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공습에 대해 가자지구 평화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또, 카타르와 오만도 미국과 영국의 후티 공격을 앞두고 군사행동이 자칫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등지의 친이란 무장세력과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을 중심으로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예멘의 후티반군 등으로 구성된 ‘저항의 축’이 공동행동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국한됐던 전쟁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은 발발한 지 100일에 달하면서 지상전면전이 저강도 공세로 바뀌었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테러 주동자 암살공격을 두고 인근 헤즈볼라와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우리는 미국과 영국이 예멘에서 저지른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우리는 이것이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명백하게 침해했으며, 국제법과 규칙, 권리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는 “후티반군은 미국의 공격을 받고도 계속해서 선박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승리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초강대국에 맞서면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직접적인 분쟁에도 봉착했다. 이란은 11일(현지시간) 걸프 해역(페르시아만)과 이어진 오만만, 호무르즈 해협에서 미국국적의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란은 해당 선박이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대립하고 있다. 호무르즈해협은 에너지의 ‘동맥’으로 불리며 사우디,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레이트(UAE) 등의 해상진출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선박을 통해 통과하는 경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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