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 거부권 고심 중인 대통령실 “반헌법적이지만 유족 마음 생각해야”

유설희·이두리 기자 2024. 1. 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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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자문회의에서 발간한 연례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고심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법안의 내용, 당의 의견, 유관 부처의 견해 등을 따져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기본적으로 특별법에 대해서는 “반헌법적”이라는 입장이다. 행정부 조직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인사를 국회가 추천하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므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조위의 동행명령 권한, 출국금지 등의 권한도 검찰 수준의 권한에 속해 법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또한 이미 이태원 참사 이후 5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조사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은 특조위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조위는 결국 수백억원을 쓰게 될 텐데 세월호(특조위도)도 성과가 없었다는 건 여야 진보 보수 막론한 주지의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재난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여부는 특별법의 문제점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유가족의 마음도 생각해야 되는 것”이라며 “법리적으로는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겠지만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가족이 오해를 하시고 마음이 다치실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에 대해 온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유족과 각을 세우는 모습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이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윤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에 관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여서 부담은 더 크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4번째가 된다.

국민의힘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들의 여론을 더 들어보고 의원들의 의견도 듣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다음주 금요일(19일)에 정부로 이송할 예정”이라며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하기 전에 재의요구권을 건의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 그 전에 의원총회를 한 번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법이 정부로 이송 후 15일 이내에 개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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