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0% 넘게 오를수도”…바닷길 막힐 위기에 수출기업도 발동동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4. 1. 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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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예멘 후티 전면전 양상에
글로벌 원자재 시장 충격
원유 2.7%, 가스 3% 상승
“이란, 호르무즈 해협 폐쇄시
원유 가격 20% 급등 가능“
커지는 홍해발 공급망 차질
테슬라, 독일서 생산 일시중단
지난 6일(현지시간) 홍해에서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수행 중인 영국 구축함 HMS 다이아몬드호의 모습. ‘번영의 수호자 작전’은 예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것에 대응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창설한 다국적 해상 안보 작전이다. [사진 =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국한됐던 전쟁이 결국 홍해를 중심으로 중동 전체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동 내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자 공급망 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글로벌 물류에는 차질이 생겼고,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12일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이 영국과 함께 예멘 내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3% 가까이 급등했다. 2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한국시간 기준 이날 오전 11시께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장 대비 2.71% 오른 배럴당 73.97달러로 거래됐다. 같은 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에 근접했다.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장 대비 2.53% 상승한 배럴당 79.37달러에 거래됐다.

천연가스(LNG) 가격도 뛰었다. 11일 기준 전장 대비 1.91% 상승했던 2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12일(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한 때 전장 대비 3% 오른 100만 BTU당 3.193달러에 거래됐다.

원유와 가스 가격 상승은 홍해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는 세계교역량의 12%를 차지하는 핵심 해상물류 통로로, 후티반군의 공격문제로 올해 첫주 선박운행량은 지난해 대비 90%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8000km 떨어진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를 결정하며, 시간과 비용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지역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6분의 1, 천연가스 물동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해협은 이란 관할 하에 있는데 가장 좁은 폭이 39km에 불과해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폐쇄할 수 있다. 이란 해군은 지난 6일(현지시간) 걸프 해역 항구에서 신형 군함과 100기의 미사일 발사대를 공개한 데 이어 11일 미국의 유조선을 나포했다.

골드만삭스 원유 리서치 부문 수석인 다안 스트루이벤은 최근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한 달 동안 폐쇄된다고 가정하면 유가는 20%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해 항로의 경우 막히면 선박이 우회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 원유는 그야말로 갇혀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래피단 에너지그룹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는 등 이란이 석유 물류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30%로 보고 있다.

홍해발 공급망 차질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해상 운임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지난달 중순 이후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선박을 우회시키며 늘어난 운송 비용을 운임에 전가한 결과다. 유럽에 제품을 납품하는 수출기업들은 선복 확보와 조기 생산을 추진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12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스팟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206.03을 기록해 지난주 대비 16% 올랐다. SCFI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9월 23일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홍해 항로 운항을 중단하기 시작한 지난달 15일(1093.52)에 비해서는 101%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나 홍해로 향하고 있는 선박 [EPA = 연합뉴스]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하는 아시아~유럽, 아시아~미주 동안 노선 운임 인상 폭도 가파르다. 이날 상하이와 유럽을 잇는 노선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103달러를 기록해 전주 대비 8% 치솟았다. 약 한달 전인 지난달 15일 대비로는 201%나 치솟았다. 상하이~미주 동안 노선 운임도 1TEU당 5813달러로 한달 만에 107% 올랐다.

홍해 위기가 한달 째 이어지면서 유럽으로 제품을 보내야하는 수출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고객들이 요구하는 납기를 맞추기 촉박해져서다. 주요 해운사들의 선박이 홍해 항로를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운항 거리가 기존 대비 15일 이상 (왕복 기준) 늘어난 탓이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화물을 실어나를 선박을 수소문하는 한편 제품 생산 속도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유럽행 수출 비중이 높은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늘어난 운항 일수를 반영해 제품을 조기 생산해서 납품하려고 한다”며 “선복(선박 내 화물을 싣는 곳)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운임 급등 추세에 일부 중소기업들은 유럽행 노선 장기 계약까지 고려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 물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단기 계약을 선호하지만, 홍해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운임이 계속 치솟을 가능성을 고려해서다. 장기 계약의 경우 계약 시점으로 운임이 고정돼 향후 운임 급등에 대응이 가능하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장기 계약을 맺은적이 없던 업체들도 하나의 대응책으로 검토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2주 동안 독일 베를린 근처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성명을 통해 “홍해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 운송 경로 변화가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상당히 긴 운송 시간으로 인해 공급망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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