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쇼핑앱 공습…쿠팡·LG생건 '윈윈' 택해

안재광/전설리 2024. 1. 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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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LG생활건강이 납품가 문제로 2019년 4월 거래를 전격 중단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선 갈등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아마존' 자리를 노리는 쿠팡으로선 국내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시장 1위 사업자인 LG생활건강 제품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신 쿠팡은 과거 LG생활건강이 주지 않던 화장품까지 납품받게 됐다.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쿠팡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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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하 압박' 나섰던 쿠팡
LG생건에 공급가격 일부 양보
中 알리·테무 등 국내 인기에
양사 위기감…거래 재개 합의


쿠팡과 LG생활건강이 납품가 문제로 2019년 4월 거래를 전격 중단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선 갈등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아마존’ 자리를 노리는 쿠팡으로선 국내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시장 1위 사업자인 LG생활건강 제품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힘겨루기를 하다 적정한 선에서 타협해 거래가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갈등은 더 커졌고 쿠팡은 ‘갑질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4년여 만에 손을 먼저 내민 건 쿠팡이었다. 작년 하반기 LG생활건강과 협상에 나섰다. 평행선을 달리던 거래 재개 협상은 쿠팡이 기존에 고수하던 공급가격 수준을 일부 양보하며 극적으로 타결됐다. 대신 쿠팡은 과거 LG생활건강이 주지 않던 화장품까지 납품받게 됐다.

 생활용품에 화장품까지 들이기로

쿠팡이 먼저 나선 이유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거센 도전이 꼽힌다. 두 쇼핑몰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구매력이 약화한 소비자들을 자극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들 쇼핑몰이 압도적 ‘가성비’를 앞세워 판매 중인 생활용품은 쿠팡이 장악한 분야다. 쿠팡으로선 중국 쇼핑몰의 공세에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쿠팡은 초저가 상품의 주도권을 일부 내주더라도 부피와 중량이 커 배송이 쉽지 않은 세제, 음료, 화장지, 물티슈 등과 같은 상품시장 지배력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LG생활건강과의 협력 재개가 시급해진 이유다.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물류센터와 배송망은 중국 업체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경쟁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 쇼핑앱은 최근 코카콜라 등 일부 LG생활건강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배송이 오래 걸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분기당 성장률은 작년 1~3분기 평균 7.9%에 그쳤다. 쿠팡은 성장 둔화에 대응해 최근 상품군 확장에 나서고 있다. 기존 생활용품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음식 배달, 의류, 화장품 등으로 넓히고 있다. 특히 화장품은 쿠팡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LG생활건강은 국내 1위 화장품 회사로 후, 오휘 등 고가 라인부터 더페이스샵 등 중저가 라인까지 두루 보유하고 있다.

 LG생건, 중국 부진 만회 포석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쿠팡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까지 더해져 한국 화장품 소비는 확 꺾였다.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1~9월 613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5%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LG생활건강으로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가 라인을 쿠팡에서 팔기로 한 것도 중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로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거래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11월부터 햇반 등 주요 제품을 쿠팡에서 철수했다. 납품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롯데, 신세계, 네이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쿠팡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CJ제일제당 온라인 판매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조건만 맞는다면 납품 재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재광/전설리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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