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친이란' 후티 반군 본거지 때렸다…중동 확전 위기감 고조
바이든 "무역·항행의 자유 위협"
美, 英과 예멘 수도 대규모 폭격
캐나다·호주 등도 '응징' 동참
무력 충돌로 홍해 긴장 고조
공급망 대란으로 인플레 우려
테슬라, 獨공장 2주 생산 중단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과 서방 국가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대할 조짐이다.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고, 미국과 영국은 친(親)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에 대응해 이들의 거점을 공습했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모두 세계 무역의 주요 교역로인 만큼 산업계에서는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美·英 후티 반군 공습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과 영국이 12일 예멘 후티 반군의 거점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후티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와 서부 항구도시 호데이다 등에서 공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복수의 미국 관료를 인용해 미국과 영국이 미사일, 전투기 등을 동원해 후티의 물자 지원 중심지, 방공 시스템, 무기 저장소 등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공습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후티의 공격은 우리 군대와 민간인뿐만 아니라 무역, 항행(航行)의 자유를 위협했다”며 “국민과 국제 상거래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습은) 후티의 공격을 용인할 수 없다는 미국과 동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공습은 캐나다 호주 바레인 네덜란드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중동 전쟁으로 확대 우려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후 처음이다. 이에 이란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가자 전쟁이 중동 분쟁으로 확전할 수 있어 국제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티 반군은 작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약 30차례 공격 또는 위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0일 후티 반군에 세계 상업과 항행권, 자유, 지역 평화를 저해하는 모든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 일본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11 대 0으로 승인됐다. 러시아 중국 알제리 모잠비크는 기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후티 반군 지도자인 압둘 말리크 알 후티는 다음 날 “홍해에서 우리 조직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강행할 경우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규모 대응’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로이터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공습 이후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우리는 오늘 아침 미국과 영국이 예멘 여러 도시에서 저지른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고 전했다. 카나니 대변인은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명백하게 침해했으며 국제법과 규칙, 권리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홍해발 공급망 대란 현실화하나
중동 긴장이 홍해발(發) 글로벌 공급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동서무역의 핵심 교역로다. 기업들은 불안한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경유하는 긴 항로로 우회 중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7일까지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선박 수는 130만 개로 전년 동기(330만 개)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로이터는 이날 테슬라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2주 동안 베를린 근처 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성명을 통해 “상당히 긴 운송 시간으로 인해 공급망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또한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다.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지나간다. WSJ는 “전자 제품부터 커피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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