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 입장 피력만...故 이선균 성명서 발표에 남는 아쉬움[기자24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주최 ‘고 이선균의 사망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고인과 영화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배우 최덕문이 맡았다.
3일 전 급작스럽게 마련된 일정은 업계를 긴장시켰다.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모두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을 때 동료 문화예술인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라 파장이 예상됐다. ‘경찰의 과잉 수사’, ‘압박 수사’, ‘언론의 무차별적이고 자극적인 보도 행태’ 등을 행사 개최의 시발점으로 바라봤다. 특히 봉준호, 김의성, 윤종신 등 굵직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참여로 행사에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관심을 반영하듯 기자회견장에는 100여명은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여느 연예계 행사보다 집중도는 대단했다.
그런데 업계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쏠린 이날 기자회견에 질의응답 시간은 없었다. 행사 시작 전 연대회의 측은 “질의응답 시간은 없고 오로지 성명서 내용만 발표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행사는 김의성, 봉준호, 윤종신, 이원태, 그리고 복수의 문화예술 협회장들의 성명서 발표 순으로만 진행됐다. 소요된 시간은, 단 25분이었다.
연대회의는 성명서를 국회와 경찰청 등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인들의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및 누출로 인해 대중예술인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연대회의는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 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서 부적법한 과정이 있지는 않았냐며 경찰에 철저한 진상규명 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언론에 대해서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들은 조속히 삭제를 바란다며 알권리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 이선균 사건을 둘러싸고 문화예술인들의 입장이 있다면, 경찰의 입장도 있을 것이고, 언론의 입장도 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은 문화예술인들의 입장 발표로만 마무리됐다.
당초 연대회의는 배우를 포함한 모든 문화예술인들의 인권을 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준비됐다. 그러나 이날 연대회의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인권보호의 기준 등을 제시하기 보다는 경찰 수사 과정과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하는데 그쳤다.
비보로 막을 내린 사안이기에 아픔과 분노는 생길 수 있지만 저마다의 역할 만큼이나 입장 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 앞서 경찰은 계속되는 수사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고인에 대한 수사는 구체적인 제보, 진술, 증거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화예술인들은 의구심을 품었고 결국 취재진을 불러 모았다. 이날도 경찰의 잘못, 언론의 잘못이라며 계속된 해명과 법 개정, 기사 삭제 등을 요구했다. 인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시정돼야만 하는 지금의 한국 경찰과 언론으로 비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취재진은 그저 이들의 목소리를 받아쓰고 전달하기만 해야 했다.
기자회견 직후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자 이를 접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대부분 성명서 발표에 대한 회의적 생각이 주를 이뤘다. 다수 누리꾼들은 “(고인이) 살아 있을 때 조사받고 불려가고 할 때 그럴 때 목소리를 내지 그랬나”, “추모에서 끝내야 하지 않나 싶다. 사고사도 아니고 의문사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사망 이후 안타깝다는 여론으로 바뀌니 지인 하나 둘씩 눈치보고 이런 행사를 연 것 같다”, “추모 이상으로 하면 사람들 반감만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가 마약 근절에 앞장서고 배척하는 기자회견을 먼저 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쓴소리를 남겼다.
고 이선균 사태를 바라보는 동료 문화예술인들과 대중의 시선이 엇갈린 모양새다. 추모 그 이상의 단체 움직임이 이번 사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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