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숨지게 한 ‘음주 뺑소니’ 의사 집행유예

재판부 “잘못 인정…종합보험 가입·초범·나이 고려”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하고 그대로 달아났던 40대 의사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김석범)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ㄱ(42)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240시간과 준법운전 강의 40시간을 수강하라고 ㄱ씨에게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차량이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피해자의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장은 선고 뒤 따로 ㄱ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더불어 높은 수준의 사회봉사와 준법운전 강의까지 부과한 이유는 그 명령을 이행하면서 다시 한 번 반성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지난해 7월 항소심 재판에 넘겨진 뒤 반성문 97장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원은 1심 재판과 달리 양형 조사보고서를 받아본 뒤 형량을 정했다. 양형 조사보고서는 조사관이 피고인과 피해자에게 연락해 피해 복구 노력, 처벌 불원 여부, 범행 강도 등을 조사한 뒤 재판부에 제출하는 보고서다.

ㄱ씨는 지난해 1월20일 0시20분께 인천 서구 원당동 교차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 배달원 ㄴ(36)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별도의 조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ㄱ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69%였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