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입으니 65살도 북한산 가뿐…“20년 젊어진 느낌” [영상]

65살 남성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북한산 영봉에 올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고령자가 몸에 착용하면 근력을 보조해 험한 산도 비교적 쉽게 등반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이종원 박사(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문워크-옴니(MOONWALK-Omni)’를 착용한 65살 남성이 북한산 영봉 정상(해발 604m)에 오르는 ‘웨어러블 로봇 챌린지’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문워크-옴니라는 이름은 ‘어느 방향(omnidirection)으로든 능동적으로 다리 근력을 보조해 달에서 걷는 것과 같이 보행을 돕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연구원은 “배터리 교체, 개발자의 개입 없이 로봇의 근력 보조를 받아 등반에 성공한 것으로 실외 복합환경에서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고 등산 연구 결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65살 남성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기존에도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있다. 다만 무겁고 부피가 크다 보니 주로 실내 환경인 병원에서 환자의 재활 과정에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이다. 문워크-옴니는 병원 밖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65살 남성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로봇의 무게는 2㎏로, 타인의 도움 없이 10초 이내에 착용할 수 있다. 연구원은 “골반 양측에 장착된 네 개의 초경량·고출력 구동기가 보행 시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보조하고 착용자의 다리근력을 최대 30%까지 강화해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로봇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은 착용자의 보행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경사가 완만한 흙길, 험한 바윗길, 가파른 나무계단과 불규칙한 돌계단 등 다양한 보행환경에 따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근력을 보조한다고 한다.

웨어러블 로봇 문워크-옴니의 렌더링 이미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연구팀이 북한산이 경사도도 다양하고 흙길과 험한 바윗길이 섞인 ‘일상 환경 집합체’라고 보고 로봇 성능을 시험했다. 북한산 육모정공원에서 영봉까지를 등산 코스로 정했다. 65살 참가자는 왕복 3시간을 소요하고 등산에 성공했다. 연구원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로봇을 입은 참가자는 경사도가 있는 바윗길을 가뿐하게 올라간다. 로봇 착용자는 “젊었을 때부터 즐기던 등산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편안하게 산을 오르니 10년에서 20년은 젊어진 느낌이다”고 연구원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종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챌린지를 통해 보행환경의 다양성에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근력 보조가 가능하다는 실험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노화로 인해 근력이 부족해지는 고령자의 일상 보조·재활·운동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실용화되면 “웨어러블 로봇을 통해 고령자 ‘스스로’ 일상생활 중 본인의 보행 건강을 교정하고 관리하며, 부족한 근력을 보조받아 보다 능동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다리 근력 강화 외에 고관절-무릎 등 하지의 복합 관절을 동시에 보조하는 로봇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