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값진 야구②] 박용택 "성적이 목표가 되어선 안 돼" 쓴소리 일침

박연준 기자 2024. 1.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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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선수들에 '팬의 중요성' 강조
-"아마추어 야구, 시스템 바꿔야"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 상한선 있다면 하한선도 필요"
-"고우석과 이정후 활약, 야구 꿈나무 탄생의 길 연결 될 것"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청룡은 도량이 크며 생명력과 힘이 넘쳐난다. KBO리그는 지난해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코로나 시국 이후 5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갑진년 새해, 2024시즌이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여전히 많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MHN스포츠는 올해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보완점에 대해 야구 원로를 시작으로 각 부문 대표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갑진년 값진 야구② 'KBO 레전드' 박용택 해설위원의 생각들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말 그대로 KBO리그 레전드였다. 지난 1998년 2차 우선으로 LG트윈스에 지명된 후 고려대를 거쳐 2002년 LG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박용택은 2020년 은퇴할 때까지 LG에서만 뛰며 통산 2,237경기 타율 0.308 213홈런 2,504안타 1,192타점 1,259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여기에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3회 (2009, 2012, 2013),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2017), 플레이오프 MVP (2002), 타율 1위(2009), 득점 1위 (2005), 도루 1위 (2005) 등 굵직한 타이틀을 남기기도 했다.

KBO를 빛낼 신인 선수들에게 '팬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지난 9일 박용택 위원은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초청 강사로 132명의 프로야구 신인 선수들 앞에 섰다. 신인 선수들은 향후 KBO리그를 빛낼 중요 자원들이다. 선수들에게 박 위원이 강조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과 '팬 퍼스트'였다.

박 위원은 MHN스포츠와 통화에서 "요즘 신인 선수들은 어쩌면 선배, 우리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신체 조건과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좋은 선수들이 1군에서 뛸 수 있냐 없냐의 차이점은 '조급함'의 차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혹자는 이런 부분을 정신력 문제라고 말하는데, 이는 선수들이 빨리 성공하고자 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다 보니 조급함으로 연결되었고, 또 포기라는 결말을 보이게 된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번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이 부분을 굉장히 강조했다. 신인 선수들이 노력과 발전이 눈앞에 바로 나타나지 않더라고 반복적이고 꾸준하준비하다 보면 꼭 꼭 1군에서 뛸 수 있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팬을 향한 중요성 역시 강조했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7일 아산 이순신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전 현장을 찾은 바 있다. 그곳에서 박 위원은 WKBL이 팬을 대하는 태도와 노력을 두고 "팬들한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서 굉장한 노력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야구도 그래야 한다"며 "사실 신인 시절에는 '팬 서비스'를 아무리 강조해도 중요성을 잘 모른다. 다만 팬이 있어야 선수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선수들이 앞으로도 사랑받으려면 팬에게 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마추어 야구, 시스템 바꿔야"

박용택 해설위원은 아마추어 야구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변화의 목소리를 냈다. 박 위원은 "지금의 선수들과 지도자는 내가 야구했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상대도 안 될 만큼 공부하고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다. 현대 야구의 메커니즘, 과학적인 부분들을 많이 접목해서 선수들이 배우고 있다. 또 지금 선수들이 우리 때보다 훨씬 성공에 대한 갈망이 크다"라며 "모든 문제는 현 시스템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장단점이 분명하게 있지만, 아마 선수들이 학교 수업을 전부 다 마치고 나서야 운동장에 나설 수 있지 않나. 빨라야 오후 4시부터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는 야구를 한 시간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물론 공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선수임을 배제해선 안 된다.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되, 야구를 중점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이 배울 수 있는 야구 역시 줄어든다"고 걱정했다.

고교야구를 비롯한 아마 스포츠계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 즉 학습권 문제로 꾸준히 논쟁이 되고 있다.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 야구할 시간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야구 하나만 보고 달리다 보니 선수들에게 차선책이 없어 장래가 밝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수 학교 야구부의 선수들은 교실 수업 대신 야구장에서 대부분의 일과를 보냈다.

정규 수업 과정을 거치지 않다 보니 프로 지명과 대학 입시에 실패한 선수가 은퇴 후 갈 수 있는 길 역시 야구 말고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의 스포츠 혁신 위원회는 운동선수 학습권을 만들었고 선수들의 수업 참여와 출석 일수 비중을 늘렸다. 여기에 평일 학업 열중, 주말 경기를 치르는 주말리그가 탄생했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은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선수들이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지식 습득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야구하는 시간이 줄었고 일주일 내내 휴식 없이 지내야 하다 보니 부상 등 부작용이 일어나면서 학습권을 두고 논쟁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선수들의 공부 여부보다 이는 운동 환경의 문제가 깊다. 국내 고교야구 명문 팀을 제외한 일부 학교는 교내 야구장을 갖추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야구장 라이트 시설 여부로 범위를 확대하면 열악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수들이 대개 수업을 마치는 시간은 3시에서 4시 사이. 학교 외부에 있는 야구장으로 나가다 보면 운동을 오후 5시가 돼서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라이트 시설이 없다 보니 결국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축소되었고, 아쉬운 마음에 조그마한 실내 연습장에서 한정된 훈련을 치르게 된 것이 현실이다. 이 부분을 박용택 해설위원도 염두에 뒀고, 지적한 것이다.

박 위원은 "현재 아마야구는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있다. 선수들이 프로와 대학 진학을 하기 위해선 당장의 성적이 있어야 하고, 선수가 향후 커서 야구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가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급급한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적이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배우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아마추어인 것이다. 선수들이 더욱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지금 눈앞의 성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향후 미래를 볼 수 있게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샐러리캡, 상한제 있다면 하한제도 필요"

KBO리그 샐러리캡(연봉총액 상한제)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폐지 또는 수정을 제안하는 의견이 빈번해지고 있다. KBO는 2021년과 2022년의 10개 구단 연봉 상위 40명(외국인 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 선수 중 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의 금액을 합산한 구단의 연평균 금액의 120%인 114억 2,638만 원을  샐러리캡 상한액으로 결정했다. 샐러리캡 상한액은 2023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3년간 변동 없이 적용된다.

연봉총액상한을 초과해 계약하는 경우,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2회 연속하여 초과 시는 초과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다음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3회 연속하여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을 납부해야 하고 다음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지난 시즌 샐러리캡 상한액을 초과한 구단은 없었다.  두산이 111억 8175만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이어 SSG가 108억 4,647만 원,, LG가 107억 9,750만 원,, 롯데가 106억 4,667만 원,, 삼성이 104억 4,073만 원,, NC가 100억 8,812만 원을 올리며 올리며 10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 6개 구단이 100억 이상을 기록했다. 샐러리캡을 초과한 구단은 없었지만, 5개 구단은 상한액에 10억 원 이하로 여유롭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박용택 해설위원은 "선수 입장과 야구인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샐러리캡이 반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야구 성적은 총 연봉 값과 비례 되지 않을뿐더러, 돈이 많은 구단이라고 해도 운영비를 실속있게 쓴다. 좋은 선수를 무작정 데려오지 않는다. 또 돈을 적게 쓴 구단이라고 해도 매년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시즌 샐러리캡 합계 금액이 가장 낮았던 구단은 키움 히어로즈(64억 5,200만 원)였다. 키움은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최근 10년간으로 수치를 넓혀도 총 8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키움은 매년 연봉 총액 하위에 위치했으나, 매년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박용택 해설위원의 말처럼 연봉 총액은 성적과 비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물론 시도를 해봐야 장단점을 알 수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시도 후에 단점이 명확하다면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상한선이 있다면 하한선도 있어야 진정한 전력 평준화를 일궈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우석과 이정후 활약, 야구 꿈나무 탄생의 길 연결 될 것"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KBO리그 최고의 타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샌디에이고)이 새롭게 진출을 한다. 해외 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뛴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IMF 시절 국민들에게 힘을 줬던 박찬호는 수많은 야구 꿈나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는 팬들에게 더더욱 응원받는다. 또 KBO리그 위상을 높이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을 두고 일각에선 '10승도 못 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다만 유일하게 류현진의 성공을 예측한 집단이 있다. 바로 류현진의 공을 상대해 본 선수들이다"라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15승을 올리고 성공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KBO리그의 위상 역시 올라갔다. 이정후와 고우석도 이를 증명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선수들이 잘해준다면 자연스레 KBO리그 역시 관심을 받을 것이고, 야구하고자 하는 선수들 역시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며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곧 한국 야구의 인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연합뉴스,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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