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대로' 타성 젖은 업무보고···尹 "원점 재검토" 불호령
규제혁파 등 '킬러정책' 안보이고
부처간 실랑이에 타이밍 놓치기도
임기 중반부 앞두고 지지율 제자리
일각선 "장·차관 결단해야"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부처들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개혁 과제 발굴을 강조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연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경제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부처에서 제시하는 정책들에서는 판세를 흔들 수 있는 ‘한 방’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열고 일선 부처들이 개혁 정책 추진에 소극적인 데 대해 답답한 심경을 나타내며 각 부처에 ‘개혁 TF’를 설치를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지시에 대해 “의무적으로 TF를 설치하라기보다 적극행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전담 조직이라도 만들라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일상적인 업무에 치여 개혁 정책을 발굴하거나 협업하기가 쉽지 않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챙겨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가) 대통령의 지시나 언론의 비판이 보도된 뒤에야 움직이지 말고 선제적으로 어젠다를 끌고 나가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최근 진행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부처 간 협력을 재차 당부했다”며 “관료 시스템 탓에 문제가 제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어공’ 출신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정책을 추진하려다 보면 부처 공무원들은 늘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이야기한다”며 “그렇게 실랑이하다 보면 정무적으로 필요할 때를 놓치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새해 ‘민생 토론회’ 방식으로 진행 중인 업무보고와 관련해서도 최근 몇몇 부처가 타성에 젖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원점 재검토’의 조치를 받았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부처 간 협업해 진행하는 방식을 주문했음에도 관성적인 형식의 자료가 보고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두 차례 진행된 민생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과거 ‘타운홀미팅’ 형식의 행사와 달리 자연스럽게 즉석에서 문답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 역시 경직된 토론 형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올해 들어 공개 발언 때마다 관료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2일 새해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신년사에서 언급한 ‘행동하는 정부’는 속도와 추진력을 의미한다”며 “필요한 정책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빠르게 가라”고 독려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 회동에서도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최근에는 혁신적인 국정 홍보의 우수 사례로 충주시 공식 유튜브 계정인 ‘충TV’를 언급하기도 했다. 기존의 관념과 형식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정부 부처가 적극 행정을 펴려면 실무자보다는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단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공무원 특성상 관례와 규칙에 의거해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과감한 시도가 가능하려면 결국 리더가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근래에 이어진 개각으로 2기 내각의 각료를 맡은 신임 장관 등이 임기 중반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의 미완 과제를 전반적으로 되짚어서 실현 가능한 추진 방안을 그려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여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참모진도 새해 들어 매일 아침 경제 동향을 분석하는 등 업무의 긴장감을 한층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이 아침 회의에서 국내외 주가지수와 원유 가격, 환율은 물론 다양한 경제·금융 지표를 공유·분석하는 방식이다. 한편 당정은 14일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설 연휴 민생 대책을 논의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고위당정협의회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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