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금지…“거래시 위법” vs “금융위 틀렸다”(종합)
野 이용우 “주식성 있고 책임 명확해 현행법 위배 아냐”
與 윤주경 “비트코인 ETF 시대 흐름, 韓 뒤처지면 안돼”
KB증권, 비트코인 선물 ETF까지 매수 중단…시장 급랭
정무위 논의 주목, 금융위 “美 사례 등 추가 검토할 것”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을 승인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된 첫날인 11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6억달러(6조원) 가량의 거래가 진행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ETF 거래가 금지된 상황이다. 키움증권(039490)은 지난 11일 오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규 상장한다는 내용의 글을 공지했으나 30여분 만에 이를 내렸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보류했다.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11일 밤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펀드의 기초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권사들의 거래 중개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는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구성되는데, 가상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 중개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하지만 이용우 의원은 통화에서 “이같은 금융위 판단이 잘못됐다”면서 반론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주식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 기준은 누가 책임을 지느냐, 즉 책임·권리·의무 관계가 명확하냐는 문제”라며 “책임·권리·의무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암호화폐는 상장할 수 없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는 다르다. 이것은 운용사나 증권사 책임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례로 운용사나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ETF 상품으로 내놓고 투자자가 이를 구입했는데, 운용 사고 등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펀드 사고가 터지면 운용사가 책임지듯이 당연히 비트코인 현물 ETF 판매한 운용사나 증권사가 책임지는 것이다. 이렇게 책임 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주식성이 있는 것이고, 주식성이 있어 현행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법상 투자 중개 상품이 아니라는 금융위 입장’에 대해선 “비트코인 자체는 투자 중개 상품이 아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는 투자 중개 상품”이라며 “SEC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책임·권리·의무 관계를 보고 이번에 승인을 해준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서에서 “승인된 ETF 관련 구매와 판매는 기존의 규칙과 행위 기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는 자본시장법 개정 여부 등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금융위와 함께 비트코인 ETF 거래 관련한 자본시장법, 효과와 리스크 등 관련 내용 전반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이견이 있는 가운데, 시장은 급속하게 냉각되는 양상이다. 특히 KB증권은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 선물 ETF 신규 매수를 모두 제한하고 매도만 가능하게 했다.
KB증권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에 대해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전까지 가상자산 선물 ETF의 신규 매수를 제한하게 됐다”며 23개 종목의 거래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006800)도 2021년부터 해외에 상장됐던 비트코인 선물 ETF의 거래 중단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보도됐지만,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비트코인 선물 ETF의 거래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 금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후속 검토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해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다”며 “미국 등 해외 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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