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미착공 사업장 18곳 정리가 첫 고비
3개월간 자산·부채 실사 나서
사업 초기 단계의 브리지론
손실 평가후 정리 난관 예상
비주거 사업장도 숨은 뇌관
태영건설의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이 채권단 96.1%의 동의율로 12일 개시됐다. 태영건설은 약 3개월 동안 채권단의 자산·부채 실사와 협의를 거쳐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는 것을 평가받고 기업 개선 계획을 최종 수립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본격적인 재건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곳 가운데 아직 착공 전인 18곳을 평가하고 처리 방안을 만드는 게 핵심 과제로 분류된다.
이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됐다고 선언하고, 오는 4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의 상환이 유예된다고 밝혔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워크아웃 개시 후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지주사)가 제출한 자구 계획을 신뢰하고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도 그만큼 높게 평가한 결과"라며 "채권단의 태영건설 자산 부채 실사와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PF 부실로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이후 자구안을 놓고 채권단과 줄다리기를 하다가 워크아웃이 아닌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태영 측이 추가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했다.
채권자협의회는 워크아웃 개시에 따라 3개월간 진행할 자산·부채 실사를 위해 회계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외부 전문가를 선정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첫 번째 고비는 우발채무가 얼마로 판단되느냐다. 현재 태영건설 측이 자체 파악해 채권단에 전달한 보증채무는 약 9조5000억원 규모이고, 이 중 우발채무라고 불리는 '유위험보증채무'는 2조5000억원이다. 이는 브리지론 보증(1조2000억원)과 분양률 75% 미만의 본PF보증(1조3000억원)만을 계산한 것이다.
태영건설이 무위험보증(분양률이 75% 이상인 본PF보증, SOC 관련 보증, 수분양자 중도금대출 연대보증 등)으로 분류한 7조원 중에서도 회계법인 등의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로 재분류되는 것이 나올 수 있는데 이 같은 규모가 채권단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추가 우발채무로 분류되는 금액이 지나치게 크면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워크아웃은 중단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워크아웃 시작의 단초가 된 부동산 PF 사업장 관리도 만만치 않다. 채권자협의회는 PF대주단협의회를 구성해 태영건설이 공사를 맡고 있는 112개 사업장 중 PF 사업장 60곳에 대한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
특히 처리 난도가 높은 곳은 PF 중에서도 사업 초기 단계로 착공 등이 이뤄지지 않은 브리지론 사업장 18곳이다. 규모는 1조2193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브리지론은 통상 토지를 매입할 때 일으키는데 아주 초기 단계의 대출인 만큼 해당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나 사업 철수 등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태영건설도 워크아웃 신청 전 이 브리지론 규모를 줄이기 위해 경기 부천 군부대 이전 사업장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제안받은 건설사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해 실패했다. 태영건설과 PF대주단협의회는 브리지론 사업장 등에 대해 매각을 포함해 여러 정리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냉각돼 있는 것이 장애물이다.
착공 등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본PF 사업장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이 중 17곳의 경우 비주거시설을 짓는 사업장이다.
다만 사업성 평가와 공사 진척도 등에 따라 브리지론 상태의 사업장도 정상 사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모든 난관을 뚫고 채권자협의회가 태영건설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경우 기업 개선 계획을 수립·결의하고, 이행 약정 체결에 이를 전망이다.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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