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진 중국인 … 2위안 빵집·10위안 미용실만 북적

송광섭 특파원(opess122@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1.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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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과 소비·고용 둔화가 겹치면서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12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떨어져 3개월째 감소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2.7% 줄면서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인기에 대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중국인들의 위축된 소비심리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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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도시에 초저가 상점 속속
2030은 떨이 여행상품 사재기
리오프닝에도 경기회복 더디자
소비심리 급격하게 얼어붙어
11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3위안짜리 뷔페 식당 '난청샹'에서 주민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이 프랜차이즈는 베이징에만 수십 곳의 지점을 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내수 부진과 소비·고용 둔화가 겹치면서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소비자물가·생산자물가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등 침체 신호가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떨어져 3개월째 감소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2.7% 줄면서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감소세도 심상치 않다. 12일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수출은 1년 전보다 4.6% 줄어든 3조3800억달러(약 4442조원)를 기록했다. 중국 연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의 수출이 각각 두 자릿수 줄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3036억2000만달러(약 39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중국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초저가 상점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북부 창핑구에 위치한 '쑤메이 2위안 빵집'을 찾았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는 2~3평 규모 빵집에서는 주먹보다 큰 '중국식 모닝빵'을 2위안(약 350원)에 팔고 있었다. 딸기잼이나 초콜릿, 블루베리, 팥 등이 들어간 제품은 3~4위안(약 550~730원)이었다.

중국에서도 대중적인 빵집으로 자리 잡은 '파리바게뜨'의 빵 가격이 보통 10위안(약 1800원)을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하다. 맛도 꽤 괜찮았다. '가성비'를 선호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을 찾는 고객이 적지 않았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2위안 빵집에서는 하루에 600개 이상 팔린다는 경험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2위안 빵집은 최근 2개월 동안 칭다오, 다롄, 난징, 쿤밍 등 주요 도시에서 잇달아 문을 열었다.

10위안 미용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SNS '웨이보'를 이용하는 한 네티즌은 "아이를 데리고 주말에 미용실에 갔다"며 "어린이는 5위안(약 910원), 성인은 10위안에 꼼꼼하게 잘 잘라준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어 "고객이 많아 머리를 자르려면 대기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20·30대를 중심으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최근 20·30대 사이에선 '사재기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당장 여행 계획이 없어도 특가로 나온 여행 상품을 미리 쟁여 두는 행위를 말한다.

알리바바의 여행 서비스 플랫폼인 '플라잉피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재기 여행 소비 규모는 1년 전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11월 11일) 기간에 사재기 여행 소비 규모는 1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배낭여행과 같이 최소 비용으로 많은 관광지를 둘러보는 '특공대식 여행'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천중윈 중국정법대 교수는 최근 공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저가 상품은 본질에 맞게 소비하려는 고객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관심사를 직접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인기에 대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중국인들의 위축된 소비심리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용 불안 등으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소비자들이 지갑 끈을 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초저가 소비 열풍이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기에는 고객들이 초저가를 신선하게 받아들이지만,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거나 인근 매장 증가로 경쟁이 심해지면 지금의 인기가 오래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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