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벌써 공천 잡음, 여야는 혁신 약속 잊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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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공천 검증대를 속속 통과하고 있다.
뇌물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황운하 의원이 출마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 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 때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공천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한 바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총선 공천관리위원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임명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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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비리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공천 검증대를 속속 통과하고 있다. 뇌물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황운하 의원이 출마 적격 판정을 받았다. 민주당은 "재판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적격 판정을 내리지는 않는다"며 적격 이유로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우지만, 이전 사례에 비춰보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번에 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 때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공천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한 바 있다. 그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전병헌 전 의원이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도 논란이다. 전 전 의원이 대기업에 기부 요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대통령 사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출마 자격을 심사한 검증위원장이 전 전 의원과 지역구 경선에서 맞붙은 김병기 의원이란 점도 중대한 흠결로 지적된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12일 첫 공관위를 주재하면서 "모든 후보가 공정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시작 전부터 빈말이 됐다.
국민의힘에서도 불공정 공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총선 공천관리위원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임명되면서다. 이 의원은 친윤계 안에서도 '찐윤(진짜 친윤)'이라 불리는 실세다. 한 비대위원장이 "지금 당을 이끄는 것은 나"라고 강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인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당에 친윤, 비윤 같은 건 없다"고 하지만, 당 안팎에선 '낙하산 공천'의 신호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윤 대통령의 측근그룹부터 열세 지역인 '험지' 출마를 자처하고 나서야 하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통령의 입이었던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접전지 차출론을 뿌리치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도 분당을에 나설 모양이다. 윤 대통령의 검사 출신 측근을 대표하는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 출마가 유력시된다. 현재 수도권 험지에 나서겠다는 고위 참모로는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과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유일하다.
공천이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고 표로 연결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공천의 속성상 잡음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그것 또한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상식의 범주 안에 있어야 한다. 여야가 서로를 겨눠 '특권 정치 청산'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 스스로에겐 권력을 뒷배경 삼아 관행과 예외를 거론한다면 이것만큼 '내로남불'의 전형이자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일이 없을 것이다. 여야가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나란히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쇄신을 부르짖던 것이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약속한 공천 혁신안을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 사천(私薦)의 악순환을 끊고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공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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