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 잡아라" 통쾌한 추격전

[리뷰-영화 ‘시민덕희’]
범죄조직 일망타진 실화 바탕
라미란·안은진 등 라인업 눈길

[서울경제]

전화를 이용한 사기범죄를 의미하는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는 셀 수도 없이 많다. 피해금액과 피해자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고, 파산과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통쾌하게 범죄자를 잡고 싶지만, 교묘한 수법에 범인을 잡기란 쉽지도 않고, 경찰도 여력이 부족해 피해를 구제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보이스피싱 총책에게 접근, 조직 일망타진에 큰 역할을 한 2016년 실화를 소재로 한다. 3200만 원을 사기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가 조직 내부에 회의감을 느낀 재민(공명)으로부터 제보를 듣고 공모해 범죄 조직의 중심부로 뛰어드는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극중 기승전결의 큰 줄기는 이미 관객 모두가 알고 있다. 즉 영화의 핵심은 누구나 예상할 만한 전개 속에서 어떻게 재미를 이끌어내 전형성을 탈피하는가이다.

주연 라미란의 빛나는 연기가 그 재미를 충분히 이끌어낸다. 소시민 덕희로 완벽히 변신한 라미란은 관객 모두가 공감하고 이입할 만한 연기를 해낸다. 조연 염혜란과 장윤주, 안은진과의 연기 호흡도 좋다. ‘대세 배우’가 되고 있는 이무생과 박병은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이 영화가 더 좋은 점은 특정 집단에 대한 불필요한 대립이나 비하를 야기하지 않는 데에 있다. 라미란의 이전 작품 중 하나인 ‘걸캅스’가 예기치 않게 불러온 남녀 갈등은 찾아볼 수 없다. 또 피해자를 무시하고 사건을 조사하지 않는 무능하고 의욕 없는 경찰의 모습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새롭거나 예상 불가능한 전개를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영화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초반 서사를 쌓는 데 많은 장면이 쓰여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팀 덕희’가 펼치는 유머가 조금은 구식으로 느껴지거나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에 반해 조직을 고증하며 생각보다 높은 수위의 폭력성을 보여줘 놀랄 수도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악랄함을 부각했던 ‘보이스’와는 또 다른 결의 영화로,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다”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다. 24일 개봉, 114분.

배우 이무생, 박병은, 공명, 라미란,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과 박영주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