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맹주 탈환 '멀티맨' 설영우에 달렸다[서재원의 축덕축톡]

서재원 기자 2024. 1. 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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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하늘에서 보고 계시겠지만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영원한 스승님인 유상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21년 12월 프로축구 K리그1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설영우(26)는 무대에 올라 고(故) 유상철 감독의 이름을 언급했다.

현역 시절 최고 멀티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린 유 감독은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설영우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발견하고는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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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키플레이어
故유상철 권유로 수비수 전향
좌·우측 가리지 않고 맹활약
홍명보 "다양한 능력 갖췄다"
'韓 약점' 풀백 채울 열쇠 기대
설영우.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손흥민(왼쪽)과 설영우.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11일 아시안컵 결전지인 카타르에 도착한 설영우.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서울경제]

“지금은 하늘에서 보고 계시겠지만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영원한 스승님인 유상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21년 12월 프로축구 K리그1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설영우(26)는 무대에 올라 고(故) 유상철 감독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그해 6월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유 감독이 울산대 사령탑을 맡던 시절 제자였다. 현역 시절 최고 멀티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린 유 감독은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설영우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발견하고는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유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포지션 변경 후에도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된 설영우는 2020년 프로축구 울산HD(옛 울산현대)와 계약을 체결해 프로 데뷔의 꿈을 이뤘고 2년 차에는 주전으로 발돋움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K리그를 대표하는 측면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오른발잡이지만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멀티 능력을 자랑하는 설영우는 국제 대회 때마다 모든 지도자들이 탐내는 선수가 됐다. 꾸준한 리그 활약 속에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대표팀에도 동행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설영우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홍명보 울산HD 감독의 애제자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능력을 갖춘 선수’ ‘팀이 필요로 하면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하는 선수’ 등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은 홍 감독은 2021년 울산HD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설영우를 중용했다. 유 감독이 설영우의 재능을 찾아줬다면 홍 감독은 그의 재능을 꽃피우게 한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설영우의 능력을 단번에 알아봤다. 클린스만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그해 3월 A매치 기간 김진수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이탈하자 설영우를 대체 발탁했다. 이로써 설영우는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후 처음 자신의 관점으로 선발한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설영우는 이후 클린스만호 소집 때마다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에서는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도 이뤘다. 당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뛴 그는 안정적인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 가담으로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 A대표팀에 빠지지 않던 설영우는 지난해 12월 28일 발표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표팀 최종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한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포진돼 있어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한국의 유일한 고민은 수비다. 특히 설영우가 주로 나서는 양쪽 측면 수비진은 전통적인 취약 포지션이다. 이영표(47·KBS 해설위원)와 차두리(44·현 대표팀 코치)가 은퇴한 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만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설영우를 빼면 김진수(전북)·이기제(수원)·김태환(울산) 등 측면 수비진의 평균 나이가 33.3세나 된다. 우승까지 최대 7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 속에서 유일한 20대이자 멀티 자원인 설영우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의 ‘첫 픽’인 설영우가 이번 대회를 통해 클린스만호의 새로운 황태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후 8시 30분 열리는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그의 진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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