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려두길 잘했네”…우주 시대 열리자 흐뭇한 VC들
컨텍 등 상장 우주기업 안착하며 기대감
글로벌 우주기업도 분투…상업화 숙제
우주항공 관련 스타트업에 일찌감치 씨앗을 뿌려둔 벤처캐피털(VC)들이 수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달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한국판 NASA’를 기반으로 우주산업 발전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컨텍 등 이미 상장한 우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계획 중인 우주항공 기업은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루미르,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루미르,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예비심사 청구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경우 작년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우주항공 기업들이 속속 상장 채비에 나서면서 일찌감치 투자했던 VC들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앞서 국내 VC들은 우주항공 분야의 성장성에 주목해 베팅해왔다.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시험발사체 ‘한빛-TLV’를 쏘아 올린 이노스페이스는 지금까지 70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IMM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이 주요 투자자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KDB산업은행과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 VC들로부터 570억원을, 루미르는 HB인베스트먼트와 코오롱인베스트 등으로부터 405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밖에 나라스페이스(135억원), 우나스텔라(55억원), 지티엘(30억원) 등도 적지 않은 투자금을 모았다.
한 VC 임원은 “우주항공은 인공지능(AI) 분야와 함께 VC들이 일찌감치 주목했던 분야 중 하나”라며 “뉴스페이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특히 이달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으면서 ‘한국판 NASA’가 생기고 우주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허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기술패권 경쟁과 국제협력, 우주항공 투자 주체의 변화로 인한 민간 기업들의 상업화 등을 근거로 올해는 우주항공 투자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VC들로부터 7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았던 컨텍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후발주자들의 부담감이 덜어진 점도 한몫했다. 공모가 2만25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컨텍은 주가가 1만300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한 달간 급상승하며 다시 2만원 위로 올라섰다. 시가총액은 3000억원 수준이다.
연내 상장을 앞둔 한 우주항공 스타트업 임원은 “밖에서 봤을 땐 경쟁자로 보일 수 있지만, 우주항공 기업들은 내심 컨텍의 성공을 바라왔다”며 “같은 분야에 속한 컨텍이 앞에서 길을 잘 터준 덕분에 부담감이 좀 덜하다”고 전했다.
다만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들이 대부분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만큼, 장밋빛 미래만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을 벤치마크하고 있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우주발사체 기업 버진오빗(Virgin Orbit)은 지난해 4월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고, 결국 파산처리됐다. 위성 수집 데이터를 판매하는 플래닛 랩스는 물론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틀로직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미국 우주발사체 기업인 아스트라스페이스도 지난 2022년 로켓 발사를 중단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많은 기업들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단순히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며 “투자를 받았다는 건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뒤집어보면 투자금 없이 자생하기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정책 바람을 타고 업계에 훈풍이 불 순 있지만, 일시적인 붐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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