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B "삼전 어닝쇼크? 11만전자 간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4. 1.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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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부진에도 목표가 유지
AI칩 핵심 HBM 판매 순항
향후 2년간 주당 순이익
모건스탠리 "286% 개선"
외국인 지분율도 늘어나
2022년 49%→올해 54%

삼성전자가 지난해 '어닝 쇼크'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외국계 투자은행(IB)은 부진했던 과거보다 메모리 업황 반등에 따른 미래에 집중했다. 인공지능(AI) 칩 제조에 활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확대에 '11만 전자'를 조준하는 곳도 나왔다.

12일 매일경제가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 후 발간된 외국계 IB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외국계 IB는 공통적으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IB는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 주가에 선반영됐고, 향후 D램 판가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이 주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잠정 매출액이 258조16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으로 85%나 줄었다. 시장 컨센서스(추정치)도 대폭 하회한 어닝 쇼크라는 게 업계 평가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하지만 외국계 IB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유지하거나 높였다. HSBC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11만원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 목표주가(최대 10만5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날 종가 대비 50%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9만5000원, 맥쿼리는 8만6000원을 제시했다.

외국계 IB는 영업이익보다 주가 흐름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주당순이익(EPS)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주당순이익이 지난해 1671원에서 메모리 업황 반등에 따라 2024년 4639원, 2025년 6451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2년 새 주당순이익이 286%나 개선될 것으로 본 것이다.

HSBC와 맥쿼리도 삼성전자의 2025년 주당순이익이 각각 6263원, 7523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HSBC는 지난해 역성장한 삼성전자 매출액이 2024년 303조원, 2025년 318조원으로 재차 반등할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의 두 자릿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중요하지 않다"며 "수요는 이제 순풍이 되고, 실적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IB는 세계 경기 반등으로 전방 수요업체들의 재고 소진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신규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맥쿼리는 "D램 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 삼성전자"라며 "다년간의 공급 부족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AI 특수로 AI 칩 제조에 투입되는 HBM이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HSBC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올해 65%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2025년에도 48%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D램 매출액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HSBC는 지난해 1분기 2.5%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D램 총매출액에서 HBM의 실적 기여 비중이 올해 1분기 10%, 3분기 15%를 넘어 내년 1분기 20%, 3분기에는 2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3E 샘플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보내 테스트 절차를 거치고 있다. HSBC는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아야 한다"며 "올해 2분기 HBM3 혹은 HBM3E에서 수익이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17조760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022년 49%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보유율도 최근 54.44%까지 올랐다. 연초 8만 전자 목전(7만9800원)까지 상승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 후 8%가량 하락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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