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정상화 가능성 작은 PF 사업장 신속 정리해야"

정영희 기자 2024. 1.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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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일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이 결정된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개 중 위험 사업장은 빠르게 정리하고 사업성 제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신속하게 지원해 금융권과 거시경제 전반으로의 전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스1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으로 이름을 알린 중견 건설업체 태영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이 전일 최종적으로 결정된 가운데 건설업계엔 줄도산 공포가 여전하다.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참여한 태영건설 사업장은 총 60개로 이 중 브리지론 사업장이 18개, 본PF 단계는 42개다. 이 사업장들이 부실위험에 빠질 경우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으로의 전이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우선 사업성을 높이는 데에 힘쓰고 회복 불능에 빠진 곳은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대해 위험사업장의 빠른 정리를 통한 부실규모 축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도급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정부는 당일 곧바로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이달 1일부터 건설산업 신속대응반을 운영하는 등 비교적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기로 하고 분양계약자 보호 방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대금 환급이나 시공사 교체 등이 제시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의 위기감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 하반기 발생한 신용경색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다수 사업장에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개발사업에 PF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시장 침체로 신규 PF대출이 거의 중단되고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의 신규 발행액 역시 급감했다. 대형 건설업체와 계열사, 정책금융기관들의 신용보강을 바탕으로 일부 우량 사업장에 한해 PF공급이 이뤄졌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에서의 수요 침체와 공급 여건 악화가 중첩되고 부실채권 처리가 지연되면서 잠재
적 부실규모가 확대됐다"며 "지난달 정부가 부실사업장에 대한 정리 가능성을시사하자 PF공급이 다시 급격히 위축된 데 이어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이 같은 사태가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는 130조원 중반이다. 브리지론이 약 30조원, 본PF가 약 1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3년 상반기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한 PF의 만기연장비율의 경우 브리지론 70%, 본PF 50% 정도로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향후 부실 발생규모는 예상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대다수 PF 사업장들이 올해 준공됨에 따라 채무 이행 청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상환 청구가 본격화되면 일부 증권사의 직접 손실 외 다수 건설업체가 부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부도 건설업체가 참여한 여러 사업장이 연쇄 부실화되면 대주로 참여한 금융기관들이 같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만기 연장 건의 많은 수가 2022년 시작된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수익성을 잃은 가운데 시장 침체로 아직 회복을 못했을 확률이 높다"며 "현재 단순 합산 기준 최대 부실 가능 규모는 7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나 이는 분양대금, 담보토지 공매 등을 통한 회수금액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 실제로는 더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내놓은 태영건설 대응방안으로 금융권 위기를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태영건설이 참여한 60개 PF 사업장의 비주거 사업이 경·공매나 분양보증이행으로 처리돼 금융권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손실에 노출된다는 것. 향후 중소·중견 건설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사업장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대출만기 연장이 이뤄진 다수 사업장은 분양 또는 매각 실패를 경험한 만큼 사업성이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제나 금융지원,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을 통해 위기 사업장들의 사업성을 제고해 부실 규모를 최대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지원에도 사업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사업장들에 대해 PF 정상화지원펀드나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토지은행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정리, 부동산 PF 문제가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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