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빨판만 봐도 식은땀 '줄줄'…환 공포증 극복할 수 있을까?

정심교 기자 2024. 1. 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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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그마한 동그라미 형태 여러 개가 따닥따닥 붙어있는 모양을 보고 '징그럽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잖다.

그런데 이런 모양을 볼 때 징그러운 정도를 넘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면 '환(丸) 공포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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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문어의 빨판.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는 개구리알, 바질씨앗이 한 움큼 담긴 주스, 피지가 알알이 박힌 모공 사진, 연근의 단면, 문어 빨판…

이처럼 조그마한 동그라미 형태 여러 개가 따닥따닥 붙어있는 모양을 보고 '징그럽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잖다. 그런데 이런 모양을 볼 때 징그러운 정도를 넘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면 '환(丸) 공포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환 공포증은 아직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려면 환자 케이스가 많이 보고된 후 그룹 간 비교, 역학연구,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 등 연구 결과가 쌓여야 하는데 환 공포증의 경우 이런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준호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 공포증을 포함한 공포증은 정신질환 관련한 고전적인 통계에서 가장 빈번한 증상"이라며 "공포증으로 병원에 오는 사람은 매우 적지만, 역학조사에 따르면 공포증은 가장 흔한 정신 증상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개구리알.

환 공포증은 '군집 공포증'으로도 불린다. 반복되는 문양이 모여있기만 해도 힘들어하는 증상을 가리키는데, 전 세계 인구의 약 17%가 환 공포증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 원인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독이 있는 생물의 동그란 무늬에 대해 종족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잠재의식이 발현된 것'이란 가설이 있다. 예컨대 킹코브라, 점박이전갈, 푸른띠문어 등에 동그란 점박이 형태의 무늬가 있는데 이들 동물은 독을 품고 있다.

또 다른 가설은 '기생충·전염병에 대한 공포심'이다. 천연두·홍역에 걸리거나 진드기에 물렸을 때 피부에 작은 반점이 여럿 생기는 것과 관련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 밖에도 과거에 동그란 물체와 관련해 공포감을 느낀 경우 동그란 것에 대한 잠재의식이 동그란 것을 마주할 때 발현하는 '학습 이론'도 또 다른 가설로 꼽힌다.

연탄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원인이 무엇이든 동그란 문양을 볼 때 △가슴 뛰거나 △호흡 가쁘고 △손발이 저리거나 △식은땀 △어지러움 등 불안·공포가 심할 때 생기는 신체적 변화가 나타난다면 단순한 혐오감이 아닌, 환 공포증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 교수는 "일부러 환 모양에 노출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봐도 무감각해질 때까지 환 모양을 쳐다보는 방식이다. 환 모양에 적응되면 좀 더 징그러운 모양으로 강도를 점차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단, 앞서 언급한 신체적 변화를 동반한 환 공포증일 땐 이런 방식을 실시하기 전, 신체 반응을 약물로 다스리는 게 좋다. 최 교수는 "가령 환 모양을 볼 때 호흡이 가빠지거나 손발이 저리는 증상이 있다면 환 모양에 자신을 노출하기 전, 약을 먹어 증상부터 진정시키는 단계를 선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근의 단면.

실제로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마다 목소리가 떨리는 '수행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약물요법 후 발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 수행 공포증이 사라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최 교수는 "수행 공포증은 공포감이 언제 생길지 예측할 수 있어 발표 30분~1시간 전 약을 먹으면 다스릴 수 있다.

하지만 환 공포증, 조류 공포증, 거미 공포증처럼 특정 대상에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 그 대상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일상에서 약을 먹으며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방법이 권고된다. 최 교수는 "환 공포증을 포함해 공포증은 몇 개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종류가 매우 많고 같은 공포증이라 해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며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개별 맞춤형 상담과 치료를 받으면 의외로 개선 효과가 높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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