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지나친 낙관론 경계해야…Fed 금리인하는 경기침체 대응"

2024. 1. 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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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 담당/성균관대 MBA 교수
 

심하게 출렁이는 미국 금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작년 10월 중순 5%에 근접하면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치솟게 되자 미 재무성은 장기국채 발행물량 조정을 통해 적극 개입하며 금리 상승세를 진정시키게 된다. 발행물량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을 걱정하던 채권시장 대기자금은 즉각 적극 매수세로 돌아서게 된다.

11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던 10년물 국채금리는 12월 중순 FOMC회의 후 파월의장이 금리인상 카드를 접고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책전환을 천명하자 한단계 더 하락하여 12월말에는 금리상승세가 시작되기 전인 작년 7월의 3.7% 수준까지 급락하였다. 전세계 모든 금융자산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대표 금리가 4개월 동안 무려 1.3%포인트가 출렁인 것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기준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경기사이클 변화에 채권 수익률과 주식 수익률이 서로 보완하는 효과를 발휘하곤 한다. 팬데믹 위기 전 주식과 채권의 60:40 비율의 포트폴리오가 꾸준한 수익률을 낸 이유이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며 인플레이션이 크게 위아래로 출렁이게 되자 2022년을 시작으로 채권과 주식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양의 상관관계는 작년 하반기에도 이어져 금리하락과 채권가격 급등에 덩달아 주식가격도 급등하였다.

자산가격의 기간구조가 없는 주식시장은 리스크프리미엄의 변동에 크게 영향 받기 때문에 경기지표의 움직임에 과잉반응하곤 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채권시장에서도 장기채의 가격이 주식시장과 유사하게 크게 출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급락했던 미국 10년물 금리가 1월 들어 다시 4%대로 상승하자 주식시장도 동반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에 수렴하여도 미국 10년물 금리가 4%대에서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며 팬데믹 전의 2%대 저금리 수준으로는 회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금리가 시장 기대와는 달리 높은 수준에서 고정되는 경우 위험자산의 가치평가 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Fed의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채권선물시장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컨센서스는 연준이 올 3월부터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여 0.25%씩 6번 정도 금리를 하향조정한다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대체적으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금리 정상화의 과정일 수도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정책대응일 수도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1.5%포인트의 정책금리 인하가 온전히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실질금리의 상승을 억제하는 금리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들은 인플레이션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높아진 금리에도고용시장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가계소비가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점을 대체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미국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고 주식과 채권시장은 이런 낙관론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연준의 금리인하가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될 것인지에 쏠려있다. 

필자는 전에도 지적했듯이 지금과 같이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는 과정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침체국면에 접어들기 전 거치는 경기순환사이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미국경기 사이클이 늘어지며 침체국면에 진입하지 않고 있는 몇가지 요인들 중에는 미국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제조업 투자유치를 위한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지출이 미국정부의 재정적자를 GDP의 6%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경기사이클을 연장하였던 것이다. 올해부터는 작년과 반대로 재정지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경기사이클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나타내게 될 것이다.

실제 2023년 미국 명목 GDP성장률은 재정지출효과를 제외하면 2% 정도로 평가되어 실질 GDP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S&P 기업실적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또한 반도체를 중심으로 KOSPI 기업실적도 큰 폭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한다. 명목 GDP성장률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기업실적이 급격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지난친 낙관론 

지난 주에 발표된 12월 미국 비농업부문 신규취업자수는 표면적으로 고용시장이 아직도 상당히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이면의 숫자에 주목한다. 신규취업자수는 그전 3개월치가 무더기로 하향조정되면서 12월 수치도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서비스부문 경기전망지수가 팽창/위축국면의 기준이 되는 50 가까이 하락하면서 경기둔화가 서비스부문에서도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기업조사를 바탕으로 한 신규취업자수에 비해 가계조사에 의하면 12월 취업자수가 60만명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용시장은 경기둔화 초반에는 서서히 식어가다 경기둔화가 일정 한계점을 지나면서 급격히 둔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점을 지적한 것이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최저점에서 0.5%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경기침체에 진입하였다는 신호라는 “샴의 법칙”이다. 

급감한 미국 가계조사 취업자수/자료=미국 중앙은행(Fed)

경기/시장 순환사이클 측면에서 보면 시장의 컨센서스가 “골디락스”의 낙관론에 취해있을 때는 “골디락스”가 실현되어 나타나는 수익률은 이미 반영되어 있어 추격매수가 매력적이지 않은 반면, “역 골디락스”를 대비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대단히 높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와 우리나라 KOSPI는 이미 지나친 낙관론에 취해있는 듯하다. 올해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인하는 과거와 같이 실제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 주식시장은 상당한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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