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 해고한 KBS에 일침

장현은 기자 2024. 1.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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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에서 약 4년을 일하다 일방적으로 계약 만료를 통보받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은주씨가 한국방송을 상대로 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방송국에 고용된 노동자'임을 인정받았다.

대법원은 이씨가 프리랜서가 아닌 한국방송에 고용된 노동자이며, 때문에 이씨에 대한 계약만료 통보는 부당해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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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사옥. 연합뉴스

한국방송(KBS)에서 약 4년을 일하다 일방적으로 계약 만료를 통보받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은주씨가 한국방송을 상대로 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방송국에 고용된 노동자’임을 인정받았다. 방송국 프리랜서가 ‘무늬만 프리랜서’일 뿐, 회사가 고용주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방송국의 프리랜서 채용 관행은 만연하다.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씨가 일방적 계약해지를 당한 한국방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고 낸 민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

이씨는 2015년 10월 한국방송의 위임을 받은 강릉KBS 방송국장과 프로그램 출연 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이곳에서 라디오 날씨방송 진행, 티브이(TV) 뉴스 아나운서 업무 진행 등을 담당했다. 이씨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한 춘천KBS의 요청으로 2018년 6월부터는 춘천 KBS로 주말 출근해 뉴스 아나운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8년 12월부터는 새로운 프로그램 출연 계약도 체결했다. 이후 2019년 7월 춘천 KBS는 신규 인력 충원을 이유로 이씨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대법원은 이씨가 프리랜서가 아닌 한국방송에 고용된 노동자이며, 때문에 이씨에 대한 계약만료 통보는 부당해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했고, 한국방송 외에 별도 방송 출연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배정된 방송편성표에 따라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에 따라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왔고, 피고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 부분 수행해왔다”고 했다. 또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거듭 갱신하면서 원고를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하였으므로, 원고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며 기간만료를 사유로 한 해고는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방송사들이 직접고용에 따른 비용 절감과 책임 회피를 위해 활용하는 방송계의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는 14년간 청주방송(CJB)에서 일하다 부당해고를 당하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2020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재학 피디 사건 등을 계기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에 따르면 춘천 MBC에서 11년간 정직원과 다름없이 일하다 해고를 당한 김남헌 프리랜서 PD 등 전국적으로 아나운서, 피디, 운전 파견직, 음향감독 등 다양한 직종에서 방송사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엔 국방홍보원(국방TV) 염현철 음향감독도 대법원에서 프리랜서가 아닌 노동자라는 이유로, 회사 쪽의 부당해고를 인정 받은 바 있다.

연이은 법원 판단에도 방송국이 프리랜서로 노동자를 채용해 노동 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벗어나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유니온센터가 고용노동부 의뢰로 작성한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2021’ 용역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상파 3사 시사교양·보도 분야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된 2711명 중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가 1125명(41.5%)로 가장 많았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계약만 프리랜서일 뿐 실제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로 일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쉽게 자르려고만 하는 회사에 대한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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