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상선 공격에 미·영 예멘 본진 때렸다…중동 확전 긴장 고조(종합2보)
美·英 "항행의자유" 추가공습 시사…'반군 뒷배' 이란 서방 규탄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과 영국이 12일(현지시간) 새벽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내 목표물에 공습을 가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연대하는 후티 반군이 지난 수주 간 국제 해상에서 상선에 행한 공격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전례없는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 전쟁 개시 이후 핵심 국제 무역로인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에 대해 공격을 가해왔다.
후티 반군은 2014년 예멘에서 내전이 발생한 이후 예멘 영토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 이들은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등과 함께 이란을 중심으로 형성된 '저항의 축'에 속한다.
◇후티 군사시설 피격에 보복 예고…美토마호크·英 유로파이터로 '역할분담'
후티 반군 측은 이날 새벽 예멘의 수도 사나 인근의 공군기지와 여러 도시의 공항, 군영에 수차례 공습이 있었다고 밝혔다. 후티의 후세인 알-에지 외무 부장관은 '엑스(X)'에 "우리나라가 미국과 영국의 군함과 잠수함, 전투기로 대규모 공격을 받았다"며 보복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이번 공습에는 전투기와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가 사용됐다고 미 공군 중부사령부는 밝혔다. 후티 장악 16곳의 60개 목표물이 100개 이상의 정밀 유도 무기에 의해 공격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가 작전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번 공습에 대해 "후티의 무인기와 탄도·순항미사일, 해안 레이더와 공중 감시 능력과 관련된 장소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지중해 도서국 사이프러스의 자국 공군 기지에서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 4대를 발진해 레이저 유도탄 페이브웨이4를 예멘 내 미사일·무인기(드론) 발사장소에 투하했다고 밝혔다.
◇美·英 "항행의자유" 추가공습 시사…韓포함 10개국 '지지' 공동성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함 탄도미사일을 사용하는 등 후티 반군이 국제 해상에서 행한 전례 없는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민간인 선원을 위험에 빠뜨리고 항행의 자유를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공습은 국제 해상에서 후티 반군이 행한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후티 목표물에 대한 공습 이후 추가 조치 지시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덧붙여 추가 공습 가능성을 열어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공격을 계속했다"며 "우리는 미국과 함께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공격에) 비례하는 조치를 절제된 방식으로 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영국,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10개국 정부는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이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고유 권리인 개별 및 집단 자위권에 따라 수행됐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반군 뒷배' 이란 서방 규탄…'정부군 지원' 사우디도 자제 촉구
후티 반군은 즉각 반발했다. 모함마드 압둘 살람 후티 대변인은 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예멘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들에 계속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은 미국과 영국의 예멘 내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고 이란 반관영 통신사 '누르뉴스(Nournews)'는 보도했다.
카나니 대변인은 "오늘 아침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여러 도시를 대상으로 자행한 군사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우리는 (군사 공격에 대해)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 그리고 국제법과 규정,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 행위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미국의 공격은 미국이 시온주의 적국(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와 이 지역에서 저지른 비극과 학살의 완전한 동반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고 입장을 밝혔다.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온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영국의 공습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자제를 촉구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9월부터 예멘 후티 반군과 평화 협상을 벌여온 당사국이다.
◇이·팔전 이후 29차례 상선공격…해상운송·국제유가 모두 '빨간불'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티반군이 상선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가자지구 지상전을 계속하면 이스라엘 선박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위협했다. 이후 나흘 만인 11월19일 이스라엘 해운재벌이 소유한 영국 해운사 자동차운반선 '갤럭시리더호'를 홍해 해상에서 나포했다.
12월3일에는 이스라엘과 연관됐다는 이유로 홍해를 지나던 다국적 상선 2척과 미 해군 구축함 카니함에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9일에는 선적과 관계없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표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국제 해운사들을 상대로 이스라엘과의 무역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은 해를 넘긴 이달에도 이어져 지난 11일 새벽 후티반군이 홍해상의 상선에 대함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미군이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1월19일 이후 후티반군의 공격을 받은 상선은 모두 29척으로 늘어났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홍해는 인도양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잇는 길목에 있어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한다. 후티반군의 잇단 공격으로 홍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글로벌 석유사와 해운사들은 현재 아프리카 최남단에 있는 희망봉으로 자사 선박의 뱃머리를 돌렸다.
급기야 후티 반군의 뒷배인 이란도 11일 오전 오만만 해역에서 법원 명령에 따라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이 유조선은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배에는 그리스인 1명과 필리핀인 18명이 승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산 석유·가스가 대양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로,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는다면 국제 유가도 요동칠 전망이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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