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딜레마…정부 “많이 깎아주면 정부가 사줄수도” vs 건설업계 “더 낮출 여력 없어”

윤지원 기자 2024. 1. 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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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 준공후 미분양에 세제혜택…업계 “효과 글쎄”
공공 미분양 매입은 건설사 자구노력 범위 관건

정부가 지방에 8000가구 이상 쌓인 준공후 미분양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세금 혜택, 공공의 직접 매입 계획 대책 등을 내놨지만 당장 분위기 반전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공공이 직접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거론되는데 양측이 만족할만한 가격대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자칫 혈세를 투입해 건설업 손실을 만회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준공후 미분양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투 트랙 대책을 내놨다. 먼저, 전용면적 85㎡ 이하 지방 미분양 주택(취득가격 6억원 이하)은 여러 호수를 구매해도 주택 수에서 빼 다주택 중과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건설사업자들에게도 세금 혜택을 준다. 지방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취득세를 최대 50% 깎아주는 식이다. 향후 미분양 추이를 보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매입하는 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그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정부 지원을 거부했던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 해 4월 민간포럼에서 “미분양 물량 10만가구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면서 미분양이 10만가구에 근접하지 않는 이상 정부 개입이 없을 것이란 방침을 시사했다.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7925가구다.

올해 들어 입장이 달라진 것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로 전국 PF사업장에 유동성 위기가 더 확산되는 것을 조기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폐업이 크게 늘고 있는 점도 총선을 앞둔 정부로서 부담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율도 감당하지 못하는 건설업체 비율이 높아졌고, 폐업 숫자도 최대치를 기록 중”이라며 “(이번 대책은) 건설사에 유동성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성매물’ 찍힌 지방 미분양, 대출여력도 줄어 수요 안움직일듯
공공 매입 추진 두고 시민단체 “건설원가 이상으로 매입 반대”

현장에선 세제 혜택은 미분양 물량 감소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이 묶여있어 개별 가구가 추가적인 주택을 사들일 여력이 부족한데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금융 정책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미 악성 매물로 찍힌 주택이라 아주 헐값에 나오지 않는 한 매입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이 때문에 LH가 직접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구체적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분양가 할인폭이 큰 단지 중 임대 수요가 있는 곳을 LH가 매입해 임대아파트로 돌리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는 미분양을 해소하고, 정부는 싼값에 임대주택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관건은 역시 분양가 할인폭을 두고 정부와 업계가 합의를 해 내느냐 하는 문제다.

당장 건설업계에선 단지 공공 매입 대상이 되기 위해, 분양가를 현재보다 더 낮출 여력은 없다고 말한다. 통상 할인율 5%는 시행사가 사업장에 투입한 원금을 손실하지 않는 최소 기준으로 업계에선 통용된다. 할인율이 더 커질수록 시행사는 손실과 채무불이행, 시공사와 그 아래 하청업체들도 줄줄이 이익이 줄거나 손실을 입게 되는 구조다. 지난해 대구 수성구 모 아파트 시공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분양가에서 17~25% 낮춘 가격으로 내놨다. 모 협회 관계자는 “준공후 미분양은 이미 수익을 전혀 남기지 않는 수준으로 할인 분양을 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서 자구노력을 더 할 여력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공 매입 물량을 늘리는 방식은 위기에 처한 다른 산업군뿐 아니라 수도권에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한 건설사와 비교해도 형평성 및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부의 매입가격이 빠져야 할 지방 분양가 거품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LH가 2022년 서울 강북 칸타빌수유팰리스 미분양 36가구를 분양가에 근접한 가격에 매입했을 때도 이러한 논란이 불거졌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부장은 “준공후 미분양 공공매입 자체는 그 자체로 건설사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얼마에 사들이냐 문제”라며 “주택 하락시에는 주택가격이 건설원가보다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입가를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평가 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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