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대통령 인터뷰로 10·24 언론파동 촉발…홍순일씨 별세

이충원 2024. 1. 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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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패망 직전의 월남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다가 유신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편집국장과 사장이 연행되는 사태를 촉발한 홍순일(洪淳一) 전 한국일보 이사가 12일 오전 5시4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1974년 한국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고인을 순회 특파원으로 임명하고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 사토 에이사쿠 전 일본 총리 등과 릴레이 인터뷰를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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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74년 패망 직전의 월남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다가 유신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편집국장과 사장이 연행되는 사태를 촉발한 홍순일(洪淳一) 전 한국일보 이사가 12일 오전 5시4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2세.

1932년생인 고인은 경기고, 서울대 조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54년 영자지인 코리아타임스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갔다가 기자로 전업했고, 정치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1974년 한국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고인을 순회 특파원으로 임명하고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 사토 에이사쿠 전 일본 총리 등과 릴레이 인터뷰를 하게 했다.

문제는 패망(1975년) 직전인 1974년 10월 응우옌 반 티에우 월남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했을 때였다. 10월18일 1면 머리기사로 실은 뒤 10월22일 3면에 '반정(反政) 절정…티우의 고민'이라는 해설 기사를 실었는데 부제로 '보좌관들 부패는 바로 티우의 부패', '광범위한 요구에 체제 위협 우려'라고 붙인 게 당시 유신 정권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홍 특파원이 쓴 영문 기사 원본과 번역문을 참고자료라는 명분으로 압류했고, 김경환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장강재 발행인, 이상우 편집부장을 연행, 조사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10월24일 총회를 개최한 뒤 '민주언론 수호 결의문'을 채택한 사실이 외신에 보도됐고, 때마침 있었던 동아일보의 '자유언론 실천선언' 채택과 함께 후일 '10·24 언론파동'으로 불리게 됐다.

1973년에는 코리아타임스 오피니언 페이지에 기생관광을 빗댄 외국인 글을 실었다가 관광산업을 저해하는 '이적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고인이 중앙정보부에 연행되기도 했다.

코리아타임스 논설주간, 한국일보 이사를 거쳐 1987∼1990년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이사장을 지냈고, 2004년까지 코리아타임스에 '홍순일 칼럼', '서울 퍼스펙티브' 등 칼럼을 쓰는 등 꼭 50년간 신문기자로 일했다. 2003년 말 정진석·박창석 교수와 함께 한국 영자신문 역사를 체계적으로 엮은 최초의 단행본 '한국영어신문사'를 펴냈다.

유족은 부인 김금순씨와 사이에 딸 홍승희, 아들 홍용표(한양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씨와 사위 서승환 연세대 총장, 며느리 임선희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 14일 오전 8시, 장지 광릉추모공원. ☎ 02-2227-7500

chungwon@yna.co.kr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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