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발 퍼펙트 스톰, 위기를 기회로 – CES 2024를 둘러보며
기조연설자들의 공통된 화두도 단연 AI 기술과 그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인텔의 팻 겔싱어 CEO는 ‘AI Everywhere’라는 비전을 통해 AI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지멘스의 롤랜드 부시 회장은 메타버스를 통해 인간과 AI가 실시간으로 협업하며 산업의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으며,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는 온-디바이스 AI의 잠재력에 대해 연설했다.
CES 2024 전시 부스를 방문해 보니 진화한 AI와 함께 우리 일상과 산업에 현실로 다가온 AI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메인 홀의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공 모양의 AI 집사 로봇 ‘볼리’가, LG전자에서는 만능 가사도우미 로봇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웨스트홀의 모빌리티 전시관에서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AI 기반 인포테인먼트, 온-디바이스 AI 등 모든 모빌리티 영역의 인텔리전스화를 실감했다. 소프트웨어와 AI 기반 토탈모빌리티를 전시한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굿이어는 인텔리전스 기반 타이어를, 아마존은 AI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차량 세일즈 기술을 시연했다. 미국 해양선박업체 브런즈윅 부스에서는 AI 기반의 자율운항 기술이 보였다. 이 외에도 국내 스타트업인 누비랩의 AI 푸드 스캐너를 통한 사용자 영양 상태 관리 서비스 등 다채로운 AI 융합기술도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AI발 산업 대격변의 현장을 돌아보며 저성장 초고령화 국면에 진입한 우리 경제의 해법을 AI 트랜스포메이션(AX)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 노동, 생산성과 차별되는 제4의 요소로 AI가 경제성장과 인구 전환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우리가 강점을 지닌 제조업에서 제조데이터와 산업용 초거대 AI 기반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미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또한 의료데이터와 AI 기반 바이오 및 헬스케어 산업도 주력산업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AI 관련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플레이어가 함께 존재하는 몇 안 되는 국가로 꼽힌다. 초거대 AI는 물론 소형언어모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삼성, 현대차 등 AI 가치 실현에 앞장설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포진하고 있다. 우수한 스타트업과 연구진 등 다채로운 키플레이어들도 있다. 이번 전시회 주최 측이 “CES2024 키워드는 AI와 한국이다”라고 언급한 것이 단순한 영업용 코멘트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엄혹하다. 미국 대비 AI 경쟁력은 40% 수준이고 지난 10년간의 투자 규모도 4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듯이 수요와 공급기업, 스타트업과 연구기관들의 AI 역량을 차별화된 AI 국력으로 꿰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거대한 자금력이 혁신 경쟁을 주도하고, 유럽연합(EU)나 중국은 정부 주도로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국내 산업의 전방위적 AX 확산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민간과 정부의 전략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현재도 인공지능 일상화,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 산업 AI 내재화 전략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민관 모두 AX에 대한 절박함을 공유해야 한다. 국가적 역량 결집을 위한 전략성과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것이다. 우리가 AI 발 퍼펙트 스톰을 넘어 여전히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제도, 업종, 기술 등 기존의 Silo를 깨고 나와 스크럼을 짜고 함께 위기의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등지고 전시장을 나서는 수많은 국내 혁신생태계 플레이어들의 노력과 범정부적인 지원이 결합하여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멋진 내일을 떠올린다.
장웅성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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