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피습에도 변화 없는 총선 판세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한동훈의 지역별 광폭 행보 더 확대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기치 않은 피습 사건으로 총선 국면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1월2일 오전 10시27분경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걸어서 이동하던 중 67세 남성인 김아무개씨의 칼에 왼쪽 목 아래 부위를 찔렸다. 이 대표는 목 부위에 상처를 입고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서울대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이 대표가 10일 퇴원은 했지만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한 대목은 총선 국면이 달라질지 여부다. 과연 이 대표 피습으로 총선 성격에 큰 변화가 초래될까.
이재명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해 자택에서 요양하면서 당무 복귀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습격을 받고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이 대표는 비명계 의원의 탈당 직격탄을 맞았다. 민주당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 속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원칙과 상식은 원래 윤영찬 의원까지 4명이지만, 윤 의원은 기자회견 직전에 '민주당 잔류' 의사를 밝히며 이탈했다. 세 의원은 "오늘 민주당을 떠나 더 큰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졌다면 이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그동안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 설치를 요구해 왔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한 것이다.
野 지지율 0.9%p 상승…의미있는 변화 폭 사실상 없어
이튿날인 1월11일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대표 피습의 정치적 반사이익은 거의 없어진 거나 다름없는 셈이다. 지지율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1월2~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5.7%로 직전 조사보다 1.5%포인트 내려갔다. 부정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1.2포인트 더 올라 60.8%로 나왔다(그림①). 소폭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이재명 대표의 피습에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까지 굵직한 이슈에 비하면 지지율 변화는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사실상 이 대표의 피습에 따른 지각변동 현상이 없었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이낙연 전 대표는 늦어도 2월초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거대 양당의 극단적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낙연 신당을 '새로운 선택지', 즉 제3지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연대하는 이른바 '낙준 연대'가 이뤄지면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이 전 대표의 신당 본격화가 주춤했지만 피습의 정치적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1월4~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6.6%, 민주당 44.5%로 집계됐다.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는 8.9%포인트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5%포인트 하락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0.9% 상승했다(그림②). 이 대표의 피습이 연초에 정치권을 휩쓸고 간 가장 큰 이슈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변화 폭은 거의 없는 정도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동정 여론이 유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특히 최종 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에서 철수해 서울대병원으로 헬기를 타고 옮겨간 부분은 지역 의사회를 비롯해 여러 곳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울산시의사회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그동안 평가에서 4년 연속 A등급을 받은 국내 최고 수준의 권역외상센터"라면서 "서울대병원으로의 이 대표 헬기 특혜 이송은 촌각을 다투는 위중한 다른 응급 환자의 이송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결정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제부터라도 본인들도 무시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지역 의사제와 공공의대 법안을 자체 폐기하고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책임 있는 의료정책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낙연 신당에 대한 기대감은 일정 수준 나와
이재명 대표 피습이 동정 여론을 바탕으로 반전의 마중물이 되기보다 오히려 비명계의 이탈로 이어지는 악재가 되고 있다. 과연 빅데이터는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주장하고 있는 '운동권 청산'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지난 1월1~6일 기간 동안 이낙연 신당과 운동권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긍·부정 감성 비율을 도출해 보았다.
이낙연 신당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희망' '비판' '지지하다' '새로운 희망' '혐오' '고민' '노욕' '충격' '분노' '기대' '혐오하다' '폐해' '부정적' '반대하다' '빠른 회복' 등으로 나왔고, 운동권은 '비판' '비극' '분노' '내로남불' '대세' '범죄' '증오' '비하하다' '혜택주다' '젊다' '공감' '비판하다' '반민주적' '위기' '과실' 등으로 나타났다(그림③). 이낙연 신당에 대한 기대감은 일정 수준 나오고 있다. 이낙연 신당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은 34%, 부정 58%로 나왔다. 한동훈 위원장이 맹렬히 정조준하고 있는 '운동권'에 대해서는 긍정 28%, 부정 71%로 나타났다(그림③). 한 위원장의 주장이 어느 정도 대중 공감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에도 이 대표의 리스크는 여전히 작동하고 대결 구도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 피습과 같은 물리적 테러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후진적 범죄행위다. 동시에 이 대표 피습이 4월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의 정보 습득 속도와 이를 소비하는 과정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우선 이 대표를 둘러싼 재판 리스크가 가라앉지 않고 있고 '원칙과 상식'뿐만 아니라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움직임 또한 그 방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지역별 광폭 행보 또한 위축되기는커녕 더 확대되고 있다. 정치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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