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염증성 장질환…“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로 이겨내는 질병”

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2024. 1. 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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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60%가 20~40대…“치료시기 놓치면 절제술 위험 증가”
나수영 가톨릭대 교수 “전문 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수가 도입해야”

(시사저널=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적인 자가 면역성 질환이다. 복통이나 설사, 혈변, 체중감소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장 폐쇄나 천공, 치루, 대장암 등 각종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약 8만7000명이다. 이들 환자는 30대가 19.5%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가 19.3%이고, 40대가 18.1%로 분석됐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56.9%가 20~40대의 젊은 연령층인 셈이다.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과 위험요인은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이나 육류 중심의 식사 등 생활환경이 서구화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완치되기 어렵지만,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의 나수영 소화기내과 교수로부터 염증성 장질환의 유형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의 나수영 소화기내과 교수가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자익 기자

염증성 장질환의 유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일반적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만성적인 원인 불명의 자가 면역성 염증성 질환이다. 항문과 가까운 직장에서 결장의 앞쪽으로 병변이 연속되는 특징이 있다.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위장관 중에서 대장에만 침범하고, 염증이 비교적 얕게 발생해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염증의 침범 범위나 병변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만성적인 설사나 혈변, 점액변 등이 특징이며 급박변이나 복통, 뒤무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크론병도 만성적인 원인 불명의 자가 면역성 염증성 질환이지만,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위장관 어디나 침범이 가능하다. 병변이 연속되지 않고 띄엄띄엄 분포하는 게 특징이다. 비교적 깊은 염증을 유발해 협착이나 누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만성적인 복통과 설사가 특징이며, 체중 감소와 항문 주위 병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유형별 진단법과 구체적인 치료법은.

"궤양성 대장염은 한 가지로 표준화된 진단 방법은 없다. 임상증상과 대장내시경 소견, 조직검사 소견을 종합해 진단한다. 크론병도 한 가지로 표준화된 진단 방법이 없다. 임상증상과 대장내시경 소견, 조직검사 소견을 종합해 진단한다. 소장형 크론병이 의심될 때는 CT나 MRI, 캡슐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다. 치료는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해 증상과 염증을 호전시킨다. 치료는 최종적으로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는 것이 목표다. 협착이나 누공, 농양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나 매우 심한 염증이 약물 치료에 잘 반응을 하지 않을 경우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한다."

적절한 진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가.

"궤양성 대장염은 적절한 진료시기를 놓치면 병변의 침범 범위와 중증도가 증가할 수 있다. 중증 급성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행할 경우엔 모든 대장을 절제해야 하는 위험성이 증가한다. 크론병은 모든 위장관에 침범한 깊은 염증으로 협착이나 누공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적절한 치료 진료시기를 놓치면 장 절제술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전문적인 센터나 클리닉을 갖춰놓고 진료하는 장점이 있다면.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센터나 클리닉은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진료와 교육,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환자 개인별로 맞춤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질병 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심리 상담과 영양 상담을 진행하고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까지 고려한 포괄적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환자와 함께 염증성 장질환의 진단부터 치료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진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은. 

"염증성 장질환은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환자들이 함께 이겨내야 하는 질병이다.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인식과 의사의 인식,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아직 완치가 되지 않는 질병이다. 합병증 발생과 질환 악화 예방을 위해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은 치료 약물 사용에 따른 효과에 앞서 부작용을 걱정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대체적인 치료법이나 잘못된 정보를 따르다가 증상이 더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환자는 의료진과 함께 과학적으로 증명된 치료법에 따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질병 악화와 합병증 예방에 좋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의사도 환자를 존중하고 정서적 지지를 하면서 환자들의 약물에 대한 우려와 선입관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평생 장염을 달고 살아간다는 것은 생사를 결정짓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원활한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데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고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난치성 질환으로 평생 약을 복용한다는 것도 불안감을 갖게 한다. 이런 염증성 장질환은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신뢰해야 이겨낼 수 있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아쉬운 부분은 없나.

"우리나라는 진료 수가가 낮다. 의사가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사 단독으로 환자의 교육과 정서적인 부분까지 모두 관리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염증성 장질환 진료에선 환자들의 교육과 상담, 정서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전문 간호사의 영역이다. 전문 간호사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일차적 연결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환자들의 불필요한 응급실과 외래 방문을 예방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진료 편의와 빠른 다학제적 접근을 제공할 수 있다. 이미 국내보다 훨씬 더 높은 염증성 장질환 유병률을 보이는 서구에선 의사와 전문 간호사가 함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염증성 장질환 전문 간호사가 없는 의료기관이 대다수다. 이젠 의료기관도 환자와 의료진 간의 연결, 환자의 교육과 상담, 치료 순응도 확인, 정서적 지지 등을 제공 할 수 있는 전문 간호사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전문 간호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염증성 장질환 전문 간호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염증성 장질환 교육수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있는가.

"3개월 이상의 만성적인 복통이나 설사, 혈변 등이 있으면 의심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체중 감소나 빈혈, 야간 배변 증상 등이 있거나 만성적인 항문 주위 치루나 농양 등의 있으면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 예방에 좋은 생활습관을 소개한다면.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원인을 특정할 수 있다면 완치도 가능하고 예방법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나 장내 세균, 면역 반응, 흡연이나 소염진통제와 같은 환경적 요인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발병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금주와 금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과일이나 채소 등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염증성 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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