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도 안팔려요”… 서울 꼬마빌딩 낙찰률 10%대로 ‘뚝’

오은선 기자 2024. 1. 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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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감정가 300억 이하’ 빌딩 경매 월별 건수 4년 내 최고
청담동 153억 빌딩 유찰, 도곡동도 유찰·변경 반복
‘없어서 못 산다’던 꼬마빌딩… 고금리에 수익률↓

일명 ‘꼬마빌딩’이라고 불리는 감정가 300억원 이하 서울 빌딩이 경매에 등장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한 임대수익 감소로 수익률이 낮아지자 빌딩을 처분하는 건물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때 꼬마빌딩은 경매시장에서 쉽게 보기 힘든 매물일만큼 인기가 있었지만 오른 가격과 높은 금리 등으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빌딩 건물 /조선DB

12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1월 서울에서 경매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감정가 300억원 이하 근린생활시설 빌딩은 16건에 달한다. 2020년 1월부터 월별로 봤을 때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꼬마빌딩이 경매 시장에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주로 6~7건 가량 한자릿수를 유지하던 서울 꼬마빌딩 경매 건수는 지난해 9월 12건으로 증가한 뒤 13건, 11건 등 꾸준히 두자릿수 건수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올해 1월 16건으로 크게 늘었다.

낙찰률(매각률)도 크게 떨어졌다. 낙찰률은 경매에 나온 물건 중 매각이 성사된 비율로,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만해도 30~50% 선을 유지하던 서울 꼬마빌딩 낙찰률은 지난해 10월 13건 중 한건만 매각돼 9.1%를 기록했다. 올해 1월은 16건 중 아직 2건만 매각돼 13.3%의 낙찰률을 나타냈다. 같은 달 부동산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인 낙찰가율(매각가율)은 84.8%였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도 예외가 아니다. 강남3구 꼬마빌딩은 이번달만 7건의 경매 매물이 나왔는데, 이 역시 2020년 1월부터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매물 건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16.7%, 낙찰가율은 85.5%로 서울 전체와 비슷했다.

일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중앙3계에서는 강남구 청담동의 감정가 153억6930만원, 대지면적 316㎡에 지하1층~지상4층짜리 건물이 9일 유찰됐다. 이 건물은 토지 3.3㎡당 1억5173만원 수준이다.

최근 낙찰된 꼬마빌딩도 지난해부터 유찰과 변경을 번갈아 진행된 물건인 경우였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중앙3계에서는 강남구 도곡동의 감정가 154억6646만원, 대지 495.9㎡에 지상4층짜리 건물은 85.50%의 낙찰가율에 매각됐다. 낙찰가는 132억2400만원으로 응찰자는 단 한명이었다. 지난해 9월 한차례 유찰, 10월엔 변경을 거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양재동 꼬마빌딩이 113억 3670만원에 낙찰됐는데, 이미 낙찰된 적이 있는 물건인 경우도 있었다. 이 건물은 2022년 12월 낙찰 당시 가격이 133억3333만원이었지만 채무자가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 하면서 매각이 허가되지 않아 다시 경매 시장에 20억 낮춘 가격으로 나왔다.

꼬마빌딩은 한 때 ‘없어서 못 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인기있는 물건이었다. 서울 100억원 이하 빌딩 거래량은 2019년 2482건에서 2020년 2856건, 2021년에는 3096건으로 매년 증가해 왔다. 그러나 2022년에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100억원 이하 빌딩이 많이 사라졌고, 같은 가격의 빌딩 거래량은 전년대비 40% 이상 감소한 1896건을 기록했다.

빌딩 가격이 높아짐과 동시에 최근에는 고금리 등으로 인기까지 줄어들다보니 경매로 나온 물건 건수는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서울에서 경매로 나온 300억 이하 빌딩 건수는 113건으로 2022년의 67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2020~2021년에 경매로 나온 꼬마빌딩 수는 77건, 71건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꼬마빌딩 시장에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경기가 꺾이면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과 고금리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급격하게 낮아진 탓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로 나온 빌딩 중에서는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해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공유자들끼리 공유물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경매로 나오는 형식적 경매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체적으로 높은 금리와 수익률 저하, 경기 침체로 인한 임대수익 감소가 최근 꼬마빌딩의 경매 건수 증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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