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윤’은 이철규? 총선 앞 달라진 ‘親尹 권력 지형’

박성의 기자 2024. 1. 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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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장제원만 불출마…김기현‧권성동 출마 결정 후 후퇴
이철규 공관위원되며 ‘新실세’로 부상…“尹心 읽는 건 李”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여권 내 '권력지형'이 달라진 모습이다. 정권 초 '개국공신'으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당을 이끌던 친윤(친윤석열)계 복심 김기현‧권성동 의원은 당의 변방으로 후퇴했다.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3인방'이 물러난 사이 이철규 의원이 명실상부한 현 정권 실세로 부상했다. 이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을 연이어 맡으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사실상 '투 톱'을 이루게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읽고 있는 유일한 당내 의원이 이 의원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인재 영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한 김기현‧권성동‧장제원…무색해진 '윤핵관'

정권을 막론하고 실세는 있었다. 대통령과 독대하고, 의중을 읽고, 당과 대통령실의 가교역할을 하는 이들이 실세가 됐다. 박근혜 정부에선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제1 부속비서관이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른바 '3철'로 불리며 정권의 실세로 분류됐다.

윤석열 정부의 정권 초 실세는 윤 대통령의 '정치 데뷔'를 도운 김기현 의원, 권성동 의원, 윤한홍 의원, 장제원 의원, 이철규 의원 등이 지목됐다. 실제 장 의원은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내며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권 의원의 경우 원내대표 시절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윤심 후보'로 불리며 친윤계 의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 당 대표에 선출됐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당 실세들의 위상이 달라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강서구 보궐선거가 참패로 끝나자 친윤계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대통령 심기경호에만 치중하면서 '쓴소리'를 던지지 못한 게 당과 정부의 위기를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급기야 당의 소방수로 들어온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이들을 겨냥해 '불출마‧험지출마'를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친윤계는 코너에 몰렸다.

계속된 압박에 4선을 노렸던 장제원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김기현 의원은 SNS를 통해 당 대표 사퇴를 발표하며 물러났다. 일각에선 '윤심'은 김 의원의 불출마를 원했으나 김 의원이 5선을 위해 출마를 강행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4선의 권 의원 역시 조용히 출마를 준비하면서 중앙 정치와는 거리는 두는 모습이다.

2022년 12월 친윤계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에서 마주친 김기현 전 대표(왼쪽)와 장제원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與일각 "이철규, 尹과 수시로 소통"

'윤핵관 책임론'에 떠밀려 친윤 복심들이 줄줄이 변방으로 물러난 사이, 이철규 의원은 생존을 넘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른 친윤계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핵심 당직에서 물러난 것과 달리 이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존재감'이 더 커진 모습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에서 물러났지만, 사퇴한 지 19일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한데 이어 최근에는 공천을 관할하는 공관위원으로 임명됐다.

한동훈 위원장은 11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인선 배경을 놓고 '윤심'이 작용했냐는 물음에 "공천과 지금 당을 이끌고 있는 것은 나"라면서 "윤심 우려는 기우였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나는 이 당에 아는 사람이 없고 당 외에 있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고 밀어줄 정도로 멜랑콜리(감성적)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 위원장의 해명에도 이 의원의 중용 이면에는 '윤심'이 있단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이 다양한 정치 현안을 두고 수시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위원장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참모진,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익히 알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한 인사는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당내 목소리에 귀를 막아도 안 되는 것 아니겠나. 그 소통 창구가 바로 이철규 의원"이라며 "실세라는 말은 과장됐을 수 있지만 이 의원이 언제든 윤 대통령과 '다이렉트'(직접)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이 의원의 부상이 '총선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3지대가 부상하며 중도 성향 유권자를 공략하기 시작한 가운데, 여권 지도부의 '친윤 색채'가 강해지는 것은 '민심 확보'에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이 의원의 중용에 실망해 탈당을 고민하거나 신당행을 결심한 인사들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반이준석계로 분류됐던 김용남 전 의원은 12일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가칭) 합류를 선언하면서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소위 실세 의원이라고 알려져 있는 분이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다시 인재영입위원장이 되고 이제는 공관위원까지 됐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습에 절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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