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이적' 다이어, 김민재와 주전 경쟁 자신감 "내 전성기가 오고 있다"

맹봉주 기자 2024. 1. 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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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에른 뮌헨은 1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다이어를 오는 6월 30일까지 임대 영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종료까지 활약상을 본 뒤 만족하면 완전 이적을 할 수 있는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다이어는 임대 기간 동안 등번호 15번을 달고 뛴다. ⓒ 바이에른 뮌헨
▲ ⓒ 바이에른 뮌헨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주전이 되기 위해 토트넘을 떠났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엔 김민재가 버티고 있다.

에릭 다이어가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12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이어 영입 사실을 공개했다. 뮌헨 유니폼을 입은 다이어의 사진도 실었다.

다이어의 이적료는 340만 파운드(약 57억 원). 토트넘과 계약이 올여름까지인 상황에서 팀 내 입지를 완전히 잃었다. 토트넘은 사실상 잉여 자원인 다이어를 팔며 조금의 돈이라도 챙겼다.

계약 형태는 임대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완전 영입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했다. 다이어가 크게 부진하지 않는한 바이에른 뮌헨은 이 옵션을 발동할 생각이다.

다이어로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다이어의 가치는 폭락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다이어를 쓰지 않았다. 센터백 수비수들이 줄부상 당하는 가운데서도 다이어는 배제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이어가 선발로 나간 경기 횟수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토트넘보다 더 빅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이 손짓했다. 바이에른 뮌헨엔 토트넘 시절 다이어의 절친이었던 해리 케인이 있다. 케인의 도움을 받는다면 팀 적응도 어렵지 않다.

다이어는 주전으로 뛰기 위해 이적을 결심했다고 했다. 입단 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놀라운 팀이다. 내가 여기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미소 띄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 경쟁에 자신감이 있다. 다이어는 "내 나이는 아직 29살이다. 난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이제 서서히 최고의 시절이 오고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현지에선 다이어의 바이에른 뮌헨 주전 진입을 어둡게 본다. 당장은 주전으로 뛸 수 있다. 김민재가 2024 카타르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한국 대표팀에 차출되어 있다. 한국이 결승까지 가면 1, 2월은 김민재 없이 넘겨야 한다.

다이어가 김민재 대신 선발 센터백으로 나설 수 있다. 다만 그것도 잠깐이다. 붙박이 주전 김민재가 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데 리흐트, 레온 고레츠카, 라파엘 게레이로 등 다이어가 뛸 수 있는 포지션에 쟁쟁한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현실적으로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주전으로 뛰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다이어는 센터백이지만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종종 미드필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좋은 대안이다"며 백업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이어 스스로는 자신이 어리다고 했지만, 김민재도 다이어와 동갑내기다. 실력과 나이 등 여러 부문에서 김민재보다 우위를 점한 게 없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에서 돌아오면 여러 포지션에서 백업 선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 토트넘에선 자리가 없었다.

일단 바이에른 뮌헨은 두 팔 벌려 다이어를 환영했다. 김민재가 한국 대표팀 합류로 나간 상황에서 당장 센터백 자리가 급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바이에른 뮌헨 스포츠 디렉터는 "다이어와 계약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우리 계획에 늘 있었던 선수다. 다이어는 앞으로 우리 팀 수비에서 귀중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면서 "다이어의 개인 기량과 국제적인 경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헬 감독은 11일 가진 인터뷰에서 "다이어는 센터백 전문가"라며 "우린 다이어를 센터백으로 보고 있다. 오른쪽이나 왼쪽뿐만 아니라 스리백으로도 뛸 수 있다. 또 몇 년 전엔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뛰곤 했다. 경험 상 마지막 순간에도 일은 틀어질 수 있다"며 "다이어가 현재 뮌헨에 있고 우리가 영입을 시도하는 게 사실이다. 영입을 마무리지으면 우리 수비진에 옵션이 하나 더 생긴다"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다이어는 10년 만에 토트넘을 떠났다. 1994년생 잉글랜드 출신인 다이어는 가족을 따라 10살 때 포르투갈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축구를 시작한 다이어는 포르투갈 명문인 스포르팅CP 유소년팀을 통해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 성장했다. 프로 데뷔도 스포르팅이었다. 2012년 포르투갈 무대에서 축구 선수가 된 다이어는 이때 활약을 발판삼아 고향인 잉글랜드로 넘어왔다.

2014년 토트넘에 입단했다. 커리어 초반 주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하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 시절 토트넘에서 중앙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4-2015시즌부터 꾸준히 활약했다. 2018-2019시즌을 제외해면 모두 시즌당 30경기 이상씩 뛰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시즌은 커리어 하이에 해당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토트넘 수비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매경기 주전으로 존재감을 과시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히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선 토트넘 내 손흥민과 가장 친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이적 초기에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오가면서 중용을 받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시작으로 조제 무리뉴,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입지를 넓혀왔다.

이 시기 토트넘은 주로 스리백 전술을 사용했다. 다이어는 큰 키와 체격을 바탕으로 최후방에서 수비진을 조율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그러나 다이어는 체격 조건에 비해 판단력과 민첩성, 스피드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경기 출전 비중은 대단했지만 오히려 약점이 도드라졌다. 특히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던 지난 시즌 콘테 감독 밑에서 부동의 센터백 주전이었으나 수비 불안이 문제였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에만 63골을 내주며 프리미어리그 최다 실점 6위를 기록했다. 대체로 실점 장면마다 다이어의 실책성 플레이가 있었다. 다이어를 교체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프리시즌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에게도 기회를 줬다. 그런데 기대 이하였다. 특히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인 바르셀로나전이 치명적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고도 2-4로 졌다. 다이어의 형편없는 수비력이 치명적이었다. 다이어는 네 번의 실점에 모두 관여하며 혹평받았다.

하지만 지난 여름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의 새 사령탑이 되며 얘기가 달라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전력에서 배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새로 영입한 판 더 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로 수비 센터백 라인을 꾸렸다. 결과도 좋았다. 토트넘은 시즌 개막 후 10경기 동안 프리미어리그 무패를 달렸다. 8승 2무. 프리미어리그 1위였다. 다이어의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 기간 다이어는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토트넘은 승승장구했다.

다이어의 이적설이 불거졌다. 사실 다이어 이적설은 개막 전부터 흘러나왔다. 바이에른 뮌헨이 적극적이었다. 수비 라인 선수층이 얕아 다이어를 요긴한 백업 요원으로 봤다. 토트넘 시절 다이어를 중용했던 주제 무리뉴가 있는 AS 로마도 눈독을 들였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다이어가 나가는 건 당연해 보였다. 토트넘으로서도 잉여 자원인 다이어를 굳이 지킬 필요가 없었다.

▲ 김민재.

그러나 최근 토트넘의 달라진 상황으로 다이어의 입지가 다시 넓어질 기회를 받았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며 토트넘은 센터백이 급해졌다. 토트넘이 다이어를 뮌헨으로 보내면 가뜩이나 얕은 선수층이 더 헐거워진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다이어를 지키는 쪽으로 선회했다.

뮌헨은 당황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다이어 영입이 가까워진 듯 했다. 다이어 역시 뮌헨행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다이어는 내년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뮌헨으로 이적하는 것에 관심이 크다. 토트넘 역시 다이어를 내보내려 한다. 다만 토트넘은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으로 다이어를 보낼 계획이다"고 알렸다.

무엇보다 뮌헨은 김민재에게 쉴 시간을 주는 게 중요했다. 다이어가 온다면 김민재로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현재 뮌헨에서 15경기 연속 풀타임 뛰고 있는 김민재는 체력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 국내는 물론 독일 현지에서도 김민재 혹사 논란은 주요 논쟁거리다. 독일 현지도 김민재 혹사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스포르트1'은 김민재의 체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민재의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 지금의 경기력을 얼마나 유지할지 모르겠다"며 "바이에른 뮌헨은 중앙 수비를 볼 수 있는 선수가 3명밖에 없다. 이 포지션에서 선수층이 매우 얕다. 그런 가운데 김민재는 뮌헨 주전 중앙수비수로 유일하게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다. 문제는 그의 체력이다. 곧 A매치 기간이지만,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김민재는 또 경기를 뛰어야 한다. 쉴 시간이 없다. 뮌헨이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김민재는 쉴 시간이 없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컵대회를 병행하며 팀 공수의 중심에 섰다. 중간중간엔 한국 대표팀에 차출되어 A매치도 소화했다. 김민재에 대한 수비 의존도, 뮌헨의 허약한 중앙수비 선수층이 겹치며 출전 시간 조절이 안 되고 있다. 또 다른 중앙수비수 마타이스 더 리흐트는 지난 여름 네덜란드 대표팀 경기 도중 부상을 입어 결장하고 있다. 김민재와 짝을 이뤄 출전 중인 중앙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도 부상으로 쉰 경기가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시 다이어의 이적설이 터졌다. 판 더 펜 부상 이후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다이어를 중용하지 않은 게 결정타다. 팀 상황과 관계 없이 다이어는 토트넘에서 자리를 완전히 잃었다. 뮌헨의 핵심 수비수로 거듭난 김민재가 오는 12일에 시작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기 때문이다. 뮌헨은 다이어 영입으로 김민재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투헬 감독의 요청을 들어줄 수 있게 됐다. 투헬 감독은 오랫동안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를 요청했다. 자연스레 뮌헨은 다이어 영입으로 두 가지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다이어 영입으로 한숨돌렸다. 당초 '제2의 네마냐 비디치'라 불리는 라두 드라구신을 노렸으나 토트넘과 영입 경쟁에서 졌다. 더 높은 연봉을 제안했는데도 거절 당해 충격이 컸다.

토트넘은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드라구신 영입 사실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 이적료는 3,000만 유로(약 433억 원)로 알려졌다. 토트넘 이적은 드라구신의 의사가 크게 반영됐다. 사실 그의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드라구신이 바이에른 뮌헨에 갈 것으로 예상했다. 에이전트 본인도 뮌헨행을 더 선호했다. 마네아는 "우리가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거부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드라구신이 토트넘으로 가고 싶어 했다. 난 사실 아직도 마음이 좀 아프다"고 말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토트넘보다 두 배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드라구신을 유혹했다. 연봉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에이전트는 당연히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갔으면 했다. 에이전트는 당황했다.

▲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라두 드라구신 ⓒ 토트넘

드라구신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11일 루마니아 매체 'GSP'와 인터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가장 큰 축구 팀 중 하나다. 그런 팀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는 게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게 바로 드라구신의 결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토트넘 이적은 드라구신과 그의 가족이 원하는 것이었다. 드라구신은 행복하다. 우리는 이제 토트넘으로 간다"며 "아침에야 최종 결정을 했다. 이건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드라구신을 강력히 원했다. 토트넘보다 더 많은 돈을 제시했다. 그러나 드라구신은 토트넘으로 가는 게 축구 경력에 올바른 단계라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 밤을 새며 생각했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 중 어디로 가는 게 장단점이 있을지 따졌다. 드라구신은 돈을 선택하지 않았다. 돈보다 자신의 경력을 선택했다. 이건 칭찬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드라구신의 시선은 프리미어리그를 향해 있었다. 예전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결국 팀보다는 그 팀이 속한 무대를 택한 셈이다. 마네아는 "바이에른 뮌헨의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특히 토트넘과 연봉 차이가 상당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거의 두 배 더 많은 돈을 내밀었다. 다만 드라구신에게 돈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는 항상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토트넘이 원하는 방향으로 겨울 이적 시장이 흘러가고 있다. 올 겨울 토트넘의 영입 1순위는 센터백 수비수, 그 다음은 공격수였다. 일단 차례대로 목표로 하던 포지션의 선수들을 데려왔다. 특히 드라구신은 지난해부터 토트넘이 주목하던 수비수였다. 여러 센터백 수비수 후보들 중에서도 영입 1순위였다. 막판 바이에른 뮌헨이 갑작스럽게 영입전에 참전하며 계약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드라구신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며 영입 작전은 대성공으로 마쳤다.

2002년생 루마니아 출신의 드라구신은 수비가 강력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줄곧 시간을 보냈다. 유벤투스 유스 출신으로 프로 데뷔도 2020년 유벤투스 1군을 통해 해냈다. 이후 세리에A 클럽인 삼프도리아, 살레르니타나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현 소속팀인 제노아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시즌이다. 임대를 통해 제노아에 둥지를 튼 드라구신은 활약을 인정받아 올해 초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며 세리에B에 있던 제노아를 세리에A로 승격시킨 드라구신은 이번 시즌에도 22경기 2골로 주전으로 뛰고 있다. 드라구신은 191cm의 빼어난 신체 조건을 통한 강력한 수비력이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즌마다 골을 기록할 만큼 수비수임에도 공격 성향을 갖췄다는 평가다. 토트넘의 겨울 이적 시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원 보강까지 바라는 토트넘이기에 겨울 이적 시장이 끝나기 전까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드라구신을 놓쳤지만 지난해부터 영입을 타진했던 다이어는 결국 품었다. 저렴한 이적료로 위험부담이 적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에 참가할 동안 다이어는 주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민재가 돌아오면 백업으로 물러난다. 바이에른 뮌헨으로선 김민재에게 쉴 시간을 줄 센터백 수비수를 영입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시즌이 개막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철저히 배제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데려온 미키 판 더 펜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파트너로 택해 주전으로 기용했다. 과감한 변화는 성공이었다. 그럴수록 다이어는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이번 시즌 고작 프리미어리그 4경기, 198분 출전에 그치고 있다.

▲ 다이어의 동료가 된 김민재와 해리 케인.

다이어는 시즌 개막하고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출전 명단에서 제외될 때가 많았고, 벤치로 돌아와서도 그라운드 투입은 명받지 못했다. 다이어의 시즌 첫 출전은 지난해 11월 첼시전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을 당해 급히 센터백이 필요해지자 다이어를 찾았다. 그게 전부였다. 다이어는 이후에도 급한불이 붙었을 때 잠깐 활용하는 수준으로 기용했다. 선발 출전은 한 차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다이어가 짧게라도 뛴 경기에서는 꼭 실점해 여전히 안정감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다이어도 이제는 토트넘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현 계약도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만료된다. 자유계약으로 새로운 행선지를 찾을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이보다 앞서 이번 겨울에 작별했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다이어를 높이 평가했다. 때마침 센터백 보강이 필요해 여러 자원을 살피면서도 늘 1순위는 다이어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겨울 이적시장 문이 열리기 무섭게 센터백 보강에 대해 투헬 감독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회의를 했고 다이어로 가닥을 잡았다. 다이어의 멀티 성향에 높은 점수를 줬고, 독일 적응에 용이하게 해리 케인이 뛰고 있는 부분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의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백업 수비수 보강에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주전을 넘어 핵심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그래도 주전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조금의 우려가 따르기도 했으나 김민재는 지금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분데스리가 개막 전 독일 슈퍼컵만 하더라도 벤치에서 출발하기도 했으나 리그가 시작된 후로는 선발 출전이 당연해졌다.

그러면서 혹사가 시작됐다. 김민재는 전반기 치른 분데스리가 1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1,318분을 뛰었다. 입단 첫해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으면서 혹사에 가까운 출전 기록을 세웠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김민재의 기량에 만족한 것은 물론 우파메카노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돌아가면서 다쳐 쉴 틈이 없었다. 오죽하면 지난달 A매치를 앞둔 시점에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이 보유한 3명의 수비수 중 유일하게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며 "올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올 시즌 소화 가능한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990분 중 959분을 뛰었다. 챔피언스리그도 조별리그 4경기를 다 뛰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바이에른 뮌헨의 크리스토프 프로인드 단장은 "김민재는 지난 몇 달 동안 모든 경기에서 90분을 뛰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지쳤고 한계에 달했다. 김민재도 인간이라 집중력을 잃은 것 같다"라고 원론적인 문제를 이해했다.

그래도 김민재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질 시점이던 지난해 12월 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게 컸다.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치른 코펜하겐전을 쉬어갔다. 여기에 우니온 베를린과의 분데스리가 경기도 폭설로 연기되면서 다시 한번 휴식을 취했다.

▲ 김민재가 없는 구간을 잘 살려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제 김민재 없이 또 시간을 보내야 한다. 김민재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려 한 달가량 분데스리가를 소화하지 못한다. 김민재는 전반기를 마치고 바로 귀국해 휴식을 취했다. 혹사로 쌓인 피로를 확실하게 푼 뒤 대표팀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에 차린 훈련 캠프에 합류했다. 김민재는 중동 현지에서 완전체를 구성한 클린스만호의 최후방 센터백으로 전력을 다한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에 속한 한국의 첫 상대는 바레인으로 1월 15일 오후 8시 30분에 격돌한다. 이어 20일 오후 8시 30분 요르단과 2차전을 펼치며 마지막 최종전도 25일 같은 시간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와 치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에른 뮌헨은 급해졌다. 김민재 없이 약 두 달을 버텨야 한다. 당장 센터백 수비수가 급했다. 다이어 영입을 가장 반기는 건 해리 케인이다. 케인이 다이어를 바이에른 뮌헨에 추천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도 '풋볼 인사이더'는 "케인이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도록 강하게 추진했다"며 "케인은 다이어와 바이에른 뮌헨 생활에 관련히 폭 넓게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번 달에 다이어 영입을 완료하려고 하는 투헬과 바이에른 뮌헨 수뇌부에 다이어를 적극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케인과 다이어는 2014-1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에서 9년을 함께 뛰었다. 소속팀은 물론 다이어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발탁되면 꾸준히 한솥밥을 먹어왔던 사이다. 자연스럽게 친분이 두터워졌다. 더불어 케인은 다이어의 기량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프리미어리그 최고 센터백을 묻자 "다이어"라고 고민도 없이 답했다.

▲ 손흥민은 계속해서 토트넘 에이스로 팀을 이끌고 있다.

토트넘은 또 하나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신호탄이 됐다. 토트넘의 역대 최고 황금기는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던 시기다. 특히 2017-18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달성했고 이를 통해 이듬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 진출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썼다. 결과적으로 리버풀에 막혀우승을 놓쳤지만 토트넘 역사에 크게 새겨진 이력이다.

당시 토트넘을 구성하던 멤버 중에 다이어마저 떠났다. 결승전 명단을 보면 손흥민을 비롯해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델레 알리(에버턴), 해리 윙크스(레스터 시티), 무사 시소코(FC낭트), 대니 로즈(왓포드), 얀 베르통언(안더레흐트), 토비 알더베이럴트(로얄 앤트워프),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 유나이티드), 위고 요리스(LA FC) 등이다. 벤치에서 대기한 선수들 역시 하나같이 팀을 떠났다. 다이어도 이 당시 토트넘의 준주전 자원으로 활약했고 지금까지 힘을 보태왔지만 결국 짐을 쌌다.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때 출전 선수 중 이번 시즌 팀을 떠난 네 번째 선수다. 지난 여름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산체스가 갈라타사라이로 팀을 옮겼다. 그리고 겨울 이적시장 개장과 함께 요리스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LAFC로 이적했다. 손흥민 홀로 남아 토트넘을 지탱하고 있다.

다이어는 손흥민 곁을 떠났지만 케인과 재회한다. 동시에 김민재의 새로운 동료가 됐다. 다이어 이적은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 모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순조롭게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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