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국보’ 인증식…고고한 품격으로 자리 지킨 내소사 ‘고려동종’

강석봉 기자 2024. 1. 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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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내소사에 국보 지정서 전달
고려 후기 동종 중 가장 크고 아름다워
‘부안 첫 국보’…앞으로 수장고서 관리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9일 전북 부안군 내소사 대웅보전에서 열린 ‘내소사 고려동종’ 국보 지정식에서 내소사에 지정서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인간사에 국보된 고려동종은 그날도, 어제와 다를 바 없었다.

지난 9일 문화재청은 전북 부안군 내소사 대웅보전에서 ‘내소사 고려동종’(銅鍾·구리로 만든 종) 국보 지정식을 열었다.

“부안 내소사 동종은 고려 후기 동종으로 장인 한중서의 숙련된 기술력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한중서는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활동한 장인으로 내소사 동종뿐 아니라 보물로 지정된 고성 옥천사 청동북, 고령사명 청동북, 신룡사명 소종 등을 제작했다.”

이날 최응천 문화재청장의 고려동종에 대한 헌사다. 최 청장은 이날 내소사를 찾아 대웅보전에서 내소사 동종의 국보지정서를 주지 월봉 스님에게 전달하는 의례를 치렀다.

고려시대, 당대 제일가는 장인이 정성을 기울여 만든 범종으로 멀리 퍼져가는 소리로 중생을 계도하고 구제하려는 염원을 담아 제작됐다.

국보로 지정된 내소사 동종. 사진제공문화재청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보 지정서 전달식에서 “제작 시기가 뚜렷하고 아름다우며 문화·역사적 가치가 분명한 대표작”이라고 밝혔다.

높이 104.8㎝, 입지름(원통 모양으로 된 물건의 지름) 67.2㎝인 종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지난해 말 국보로 승격됐다. 동종으로는 우리나라의 5번째 국보다.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큰 이 종은 고려의 예술혼이 깃든 본보기로 이름나 있다.

특히, 종 아랫부분과 윗부분에는 덩굴무늬 띠를 둘렀고, 어깨 부분에는 연꽃 문양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꼭대기의 용 모양 걸이(용뉴)는 입을 쩍 벌린 모습이 역동적이다.

몸체에는 부처가 설법할 때 그 주변에서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는 존재인 천인상(天人像) 대신 삼존상(三尊像)을 배치해 장식성과 조형성도 더했다.

최 청장은 홍익대 대학원 재학 당시 금속공예를 전공하며 청동북을 주제로 석사학위논문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내소사 동종 장인 한중서(韓中敍)를 만났다. 한중서는 고려 후기인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활동한 장인으로 내소사 동종뿐 아니라 보물로 지정된 고성 옥천사 청동북, 고령사명 청동북, 신룡사명 소종 등을 제작했다.

주종기(종을 제작한 내력)에는 도인 허백과 종익의 주관 아래 장인 한중서가 700근(420㎏) 무게로 내소사 동종을 1222년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종은 본래 부안 청림사에 봉안됐다가 청림사 폐사 후 땅속에 파묻혀 있던 것을 농부가 발견해 철종 때인 1850년 내소사로 옮겨졌다. 이 내용을 적은 이안기도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범종 전문가가 된 최 청장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며 2017년 국보 승격 대상 선정 소위원회에서 내소사 동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인연이 있다.

삼존상은 부처와 두 보살을 나란히 새긴 조각상을 뜻한다. 내소사 동종은 통일신라 동종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고려의 특징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용뉴는 용 얼굴이 종 윗부분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으나, 고려 때에는 정면을 향하고 있다.

내소사 동종엔 장인 한중서가 동을 써서 고려 고종 9년인 1222년에 종을 만들었다는 내력이 구체적으로 표면에 새겨져 있고, 역동적인 용모양 고리와 연꽃과 보살 무늬로 장식돼 있다. 높이 103㎝, 입지름 67㎝로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크다. 신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특징이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내소사 동종은 약 60년 만에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범종의 제작 기술과 기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의 내력을 정확히 알 수 있어 학술 가치가 뛰어나다”며 국보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내소사 동종 국보 승격 기념식 기념법회에는 주지 진성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 부주지 운천 스님, 최응천 문화재청장, 권익현 부안군수, 김종훈 전라북도 경제부지사와 내소사 신도, 부안군민 등 사부대중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동종의 국보 지정은 내소사 동종이 다섯 번째 사례다. 부안군 관내 문화유산 중 첫 국보 지정이다.

국보로 지정된 내소사 동종 용뉴 부분. 사진제공|문화재청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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