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1㎜ 안되는 뇌혈관에 생사···세계적 신경외과의 '뇌수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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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예민하다.
그는 재발 가능성이 아주 높거나 남은 수명이 몇 개월 밖에 되지 않는 환자들부터 청신경에 종양이 파고든 비행기 조종사를 위한 종양제거 수술,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 가까이에 생긴 미만성 성상세포종을 제거하기 위해 환자를 깨운 상태로 진행하는 각성 수술 등 희귀 사례까지 수많은 수술 경험을 소개하며, 의사로서 마주한 환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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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바이코치 지음, 흐름출판 펴냄
인간의 뇌는 예민하다. 뇌혈관은 지름이 1밀리미터가 채 되지 않고, 혈관벽은 그보다 얇다. 뇌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는 단 몇 초, 혹은 미세한 손의 움직임으로 생사가 결정되는 일이 많다.
‘1밀리미터의 싸움’은 신경외과 분야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페터 바이코치가 쓴 ‘뇌수술 에세이’다. 그는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 역사상 최연소 신경외과 과장에 오른 인물로, 하루에 5~6건, 1년에 800여 차례의 수술을 책임지는 독보적인 명의다. 그는 재발 가능성이 아주 높거나 남은 수명이 몇 개월 밖에 되지 않는 환자들부터 청신경에 종양이 파고든 비행기 조종사를 위한 종양제거 수술,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 가까이에 생긴 미만성 성상세포종을 제거하기 위해 환자를 깨운 상태로 진행하는 각성 수술 등 희귀 사례까지 수많은 수술 경험을 소개하며, 의사로서 마주한 환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저자는 의사가 수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접하는 윤리적 선택의 기로를 언급하며 의사의 의무를 이야기한다. 이 같은 의무는 ‘친구와 지인 혹은 친척이 신경외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진단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의사는 언제나 수술이 잘못될 경우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인의 수술, 특히 지인의 뇌수술을 직접 하는 건 더욱 더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지인이라는 이유로 도움을 주기를 거부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아 최악의 일이 발생한다면 그 역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물론 지인이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 의사가 자신의 모든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저자는 “신경외과에서는 수천 번에 걸쳐 스트레스 상황에 전문적으로 대처하는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신경외과 의사들은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본인의 최고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체득 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신경외과 의사들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순간의 실수나 판단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고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높은 수준의 완벽을 요구 받으며,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린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이 같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할까.
방법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구적이다. 저자는 “사망률 컨퍼런스 등에 참여해 같은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함께 토의하고 연구하며, 필요하다면 비행기 조종사 같이 완벽함에 대한 비슷한 압박감을 느끼는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의나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오히려 생명의 존엄함을 깊이 되새긴다는 설명이다.
‘골든아워’의 저자인 이국종 의학박사는 “저자는 자신들에 대한 오디세이 같은 신격화를 거부하고, 과학의 발전을 토대로 환자들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있는 힘을 다 쏟아내는 모습, 그들의 일상을 활자로 남겼다"며 이 책을 추천한다. 실제로 저자는 ‘수술에서 진정한 영웅은 바로 환자들’이라며, 사람들이 신경외과 수술을 ‘기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바로잡으려 한다. 이 책에는 그런 신경외과 의사들의 당연한 일상이 담겨 있다. 3만 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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