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에서 유일무이한 독보적 위치에 오른 나영석 PD
PD에서 출연자로 또 크리에이터로, 진화를 거듭한 나영석 PD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N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이 탄생한 과정을 따라가면 <출장 십오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븐틴편'이 역대급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나영석 PD와 친숙해진 세븐틴은 그 후로도 나영석 사단의 유튜브 채널인 '채널 십오야'에 종종 등장했다. 그에 화답하듯 나영석 PD 역시 세븐틴의 '손오공' 챌린지에 참여함으로써 진짜 형 동생하는 찐친 케미를 보여줬다.
2개월 전에는 채널 십오야에 '나영석의 와글와글'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세븐틴 완전체가 모였다. 9월에 세븐틴과 <나나투어>를 위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 6박7일 간을 보낸 나영석 PD가 이들을 한 자리에 초대해 함께 음식을 나누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 올라왔다. 저마다 먹을 음식을 싸들고 와서 무얼 가져왔는가를 하나씩 나영석 PD가 언박싱(?) 하는 장면만으로도 흥미로울 정도로 세븐틴 멤버들은 재치가 넘치면서도 특유의 선한 캐릭터들이 말과 행동에 묻어났다.
이 영상을 보고 나면 세븐틴의 매력이 벌써부터 느껴져 당연히 <나나투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나나투어>는 이미 tvN에서 본방을 하기도 전에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과는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2개월 전에 올린 이 영상의 조회수는 560만회를 넘겼다. 그런데 이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찐친 케미의 이야기들에서는 그 뒤편에 서 있는 나영석 PD의 남다른 존재감이 느껴진다.
세븐틴 멤버들이 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해줘 뭘 하라고 하지 않아도 저들이 알아서 재밌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하고, 때론 나영석 PD를 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하며, 심지어 티격태격하는 진짜 친해야 가능한 케미들까지 선보인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이제 나영석 PD의 손에 캠코더가 들려 있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건 전형적인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인플루언서의 모습 그대로다. 나영석 PD가 했던 '손오공' 챌린지 조회수가 1000만 회를 넘어섰다는 걸 확인한 세븐틴 멤버들은 "영석이 형 거 1등"이라며 나아가 "멤버들끼리 찍은 건 소용도 없다"고 나영석 PD를 추켜세운다.
지금은 어느새 나영석 PD의 인플루언서로서의 면면이 익숙하게 됐다. 카메라를 들고 출장을 가 퀴즈를 내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때론 조금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해외로까지 날아가 영상을 찍기도 하고 또 그 영상의 진행을 맡기도 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런 변화가 별 이물감을 주지 않았던 건 나영석 PD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었다. <1박2일> 시절부터 방송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던 이 연출자는 그 후로도 종종 프로그램에 등장했고 유튜브에 채널 십오야를 개설하더니 본격적인 인플루언서로의 변신을 보여줬다.
이런 변화는 놀랍게도 지난 10여년 간 있었던 예능 트렌드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캐릭터쇼가 중심이 됐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절에는 스타MC들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던 시대였다. 그때 나영석 PD는 간간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위해 얼굴을 내밀긴 했어도 여전히 PD라는 그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관찰 카메라로 불리는 리얼리티쇼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제 스타MC가 아닌 스타PD가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때는 연출자이면서도 동시에 연예인에 가깝게 출연자들과 방송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서진과 형 동생하며 프로그램을 만들던 시절이다.
그러더니 지금은 PD와 MC를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제작과 진행 사이에 경계를 무너뜨리고 그래서 인위적인 색깔을 없애는 인플루언서의 시대로 들어섰다. 과거 카메라는 영상 속에서 숨겨져야 하는 어떤 것이었지만 이제 카메라는 아예 대놓고 방송에 등장한다. 영상을 찍는 것조차 보여주는 리얼 예능의 시대가 도래한 것. 그러자 이 변화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나영석 PD는 아예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한다. <나나투어>는 그런 점에서 보면 세븐틴이라는 블록버스터급 월드스타들이 출연하지만 나영석이라는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영상 같은 친숙함과 트렌디함까지 가진 프로그램이 됐다.
오래도록 나영석 PD를 옆에서 봐온 평론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변신 혹은 진화 과정은 실로 놀라울 정도다. 그건 심지어 시대 변화를 읽어내고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변화를 자발적으로 즐기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 여겨진다. 늘 대중들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대중들이 만족하는 결과물을 내는 것에 스스로도 만족하는 태도가 만들어낸 진화라고나 할까. 그 한계를 알 수 없는 독보적인 예능 PD라고 해도 될 법한 면면들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유튜브]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모래에도 꽃이 핀다’, 이 드라마 제목 누가 정한 거죠? - 엔터미디어
- 또다시 찾아온 두통과 한숨의 시간, 어떻게 네 명을 떨구란 말인가(‘싱어게인3’) - 엔터미디어
- 거센 반대에도 ‘홍김동전’ 폐지 강행, KBS는 왜 무리수를 두는 걸까 - 엔터미디어
- 두 개의 인격을 소화해야 하는 박지훈의 어깨가 무겁다(‘환상연가’) - 엔터미디어
- 신현빈 같은 세심한 사람들이 전하는 짙은 여운과 감동(‘사말’) - 엔터미디어
- 인생 역전하듯 리빌딩, 그 후 2년째 경이로운 퍼포먼스 이어가는 ‘나혼산’ - 엔터미디어
- 이영애는 예술혼으로 이 속물적 세상을 돌파할 수 있을까(‘마에스트라’) - 엔터미디어
- 이쯤 되면 양규가 주인공? 최수종 못지않은 지승현의 존재감(‘고려거란전쟁’) - 엔터미디어
- TV조선에 이승연이 나올 때 솔직히 ‘또 무슨 쇼를?’이라는 생각 들었건만 - 엔터미디어
- 누가 이세영보다 더 이런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으랴(‘계약결혼뎐’)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