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우크라···“징집 법안, 일부 위헌” 의회가 제동
우크라이나가 전쟁 장기화로 무기 및 병력 부족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진해온 추가 징집령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의회는 정부가 제출한 징집 법안에 일부 인권침해적이고 위헌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다며 심의를 거부했다.
법안은 징집 연령을 기존 27세에서 25세로 낮추고,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입대 대상자에 대한 징집 통보를 전화나 e메일 등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우편물이나 방문 통보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징집을 거부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법안은 계엄령 기간 36개월을 복무한 군인을 전역시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현행 규정에는 전시 병역 기간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2년 가까이 복무한 군인과 가족들에게 이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다만 일각에선 의무 복무 기간을 36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서는 45만~50만명 규모의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25일 해당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징집령에 대한 우크리아나 국민들의 호응이 이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전쟁 초기에는 자원 입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전선의 인명 피해가 커진 데다 전쟁 피로감까지 겹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병역 거부 사례도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징집 거부 관련 형사 사건이 9000여건에 이른다.
법안에 담긴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도 공분을 일으켰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는 징집 명령을 거부한 이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보유한 자금을 사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병역 거부자의 해외 출국이 금지되고, 자동차 운전 및 운전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의회 역시 병역 거부자에 대한 일부 처벌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회 심의가 거부되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문제가 되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 가까운 시일 내에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국가에 절실한 군 동원이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고 정체되고 있다”면서 “이는 전시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25~60세의 해외 거주 남성들에게 자발적으로 귀국해 입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쟁 장기화에 서방의 무기 지원마저 줄어들면서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이 고조되면서 미국 정부가 제출한 614억달러(약 81조원)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500억유로(약 72조원) 규모 지원안도 ‘친러’ 헝가리의 비토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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