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 증가 1위 강남구, 비결은 돈?
지난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울 강남구의 출생아 수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보다 280명이 더 태어나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2022년 기준 강남구에서 태어난 아이 수(2070명)는 영등포·강서·구로·노원·은평·강동·송파구보다 적었고, 합계 출산율(0.49)은 서울 평균(0.59)보다 낮았다. 그런데 강남구 인구는 적은 편이 아니다. 54만6291명(2023년 3분기 기준)이 사는 강남구는 송파·강서구 다음으로 서울시에서 인구가 많다. 초등학생(2만5745명) 수도 송파구(3만153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구·초등학생 수에 비해 출생아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던 강남구에서 지난해 전년 대비 10% 넘게 신생아 수가 증가한 ‘반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저출생 현상의 원인이 복합적이듯, 강남구에서 태어난 아이 수에도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① 대형 재건축 단지 입주의 영향?
강남구 출생아 수 증가 요인 중 하나로 신축 아파트 단지 입주가 꼽힌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단지 입주는 주변 인구를 빨아들인다. 다른 지역에 전·월세 등으로 거주하던 원주민들이 돌아오고,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거주자들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12일 강남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개포주공4단지와 12월 개포주공1단지의 재건축이 완료돼 두 단지를 합쳐 1만 가구가 입주를 했다. 6월에는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에 597가구도 입주했다. 크고 작은 입주장이 이어져 강남구는 지난해 인근 서초·송파에 비해서도 입주 가구 수가 많았다.
특히 강남구는 지난해 등록인구가 전년 대비 1만5771명(2.98%) 증가했는데 이 중엔 30대 비중이 높아 전체 인구 중 30대가 7만5562명에서 7만8771명으로 3000명 넘게 늘었다. 서울 지역 평균 출산 나이가 34.39세(2022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가임기 인구 증가 효과일 수도 있는 셈이다.
2022년 등록인구 65만8000명으로 서울 자치구 중 등록인구 최다를 기록한 송파구 역시 거여2-1구역 재개발로 인구 유입 효과를 봤다. 당시 거여동과 신도시가 들어선 위례동은 1만3000명 가까이 인구가 늘었다. 또 2022년 3374명이 태어나 출생아 수도 서울 최다였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가임기 여성 인구도 함께 증가해 신생아 증가 폭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② 강남구는 “정책 효과” 주장
강남구는 재건축 단지 입주만으로 신생아 증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재건축 단지 매매·전세 가격이 비싸 젊은 부부가 입주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다.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옛 개포주공4단지는 전용면적 59㎡의 매매가격이 21억원 선, 전세가는 8억~10억원 선에 달한다.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는 입주민 중 아이들이 많지 않아, 단지 내 아파트의 어린이집 정원이 미달된 경우도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한 저출생 정책이 신생아 증가에 효과를 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첫째 자녀 30만원, 둘째 자녀 100만원씩 주던 출산·양육지원금을 모두 200만원으로 올려 강남에서 아이를 낳으면 정부지원금 200만원과 합해 총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산후건강관리비용 지원의 소득기준을 없애면서 지원액을 1인당 최대 100만원으로 확대했고, 남성난임 검진 비용(1회 최대 20만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자체가 현금으로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이 일부 소득 계층에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진은 지자체 출산지원금이 소득 중상위 계층과 고학력 여성의 첫 자녀 출산에 특히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이 언급한 ‘중상위 계층’은 다섯 구간으로 소득을 나눈 기준으로 보면 상위 21~40%에 해당한다.
하지만 강남구 내 출산 주민의 평균 소득이 해당 계층(상위 21~40%)보다 많았을 가능성과 함께 연구 대상(강원)이 서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책 확대에 따른 효과인지는 미지수다.
③ 소득 상위층이 아이를 낳았나?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전 소득계층에서 나타나지만 저소득층의 출산 감소세는 중·상위층보다 가파르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2022년 보고서를 보면 소득을 하위-중위-상위로 나눴을 때, 2010년에서 2019년 사이 소득 하위층의 출산율은 51.0% 감소했지만 소득 상위층은 24.2% 감소에 그쳤다.
강남구의 출생아 수 증가가 경제적 안정감이 크면 상대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결과로 볼 수 있을까.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22년 부동산 시장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전세가가 함께 떨어지는데 이때 소득수준이 높은 30대가 강남구에 들어오기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2022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소 하락했을 때 입주한 이들이, 2023년에는 아이를 낳았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증여·상속이다. 정 교수는 “증여·상속 또한 자산 가격이 내려갔을 때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2022년 아파트 가격 하락할 때 증여·상속으로 강남 아파트를 보유하게 되면서 입주한 30대가 늘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같은 해석은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중 강남구만 출생아가 늘었다는 점에서 다소 제한적이다. 감소세 또한 강남구가 서초·송파에 비해 완만하다. 5년 전(2019년)과 비교하면 송파(31.6%)와 서초(30.5%)는 30%가량 출생아가 감소했다. 반면 강남은 같은 기간 출생아 수가 17.9% 줄어 인근 지역보다 감소 폭이 작았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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