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이토록 찌질한 김현주가, 들개 같은 남자를 만나면[종합]

김지우 기자 2024. 1. 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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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넷플릭스 제공



‘선산’이 알고 싶다.

12일 오후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와 민홍남 감독, 연상호 감독이 참석했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민 감독은 ‘선산’에 대해 “인간의 근간이 되고 모두가 곁에 두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한 단어를 두고 사람에 따라 수많은 관념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가장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미스터리 스릴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부산행’ 이전부터 ‘선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연 감독은 “10년 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다. 민 감독과 ‘부산행’ ‘염력’ ‘반도’ 등 작품을 하면서도 선산에 대해 간혹 얘기하곤 했다. 한국인의 정서에서 나오는 스릴러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맥락 안에서 나온 작품이다. 짧게 있었던 시놉시스를 함께 디벨롭했다. 캐릭터들을 두고 큰 흐름에 이야기를 맡기는 느낌으로, 거대한 조류에 휩쓸리며 작업했다”고 밝혔다.

‘선산’ 넷플릭스 제공



김현주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매회 추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며 “기묘한 소재들이 결합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글보다 영상으로 보였을 때 독특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박희순은 “미스터리 스릴러에 오컬트적 이야기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절절하고 처절한 가족애를 표현한다. 굉장히 재밌는 작품이구나 생각했다. 음식으로 치면 익숙하고 아는 맛인데 비밀 특제 소스를 한 스푼 넣어서 독특하고 맛있는 작품이 됐다”면서 “김현주 씨와 ‘트롤리’라는 작품을 하고 있는 와중에, 김현주 씨의 차기작 ‘선산’에서 연락이 왔길래 다분히 김현주 씨와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1+1 전략이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그런데 대본을 보니 너무 좋았다”고 작품을 평했다.

박병은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처음 접할 때 되게 차갑고, 냉소적이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 저로서는 더는 읽기 싫을 때도 있다. 기분이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는데, ‘선산’은 기분 좋은 궁금증, 호기심, 알고 싶은 욕망이 대본에서 보였다”면서 “제 역할도 여러 감정의 진폭이 크다. 복합적인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류경수 역시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짜임새 있고 흥미로운 소재였다. 또 제 캐릭터가 굉장히 어렵지만 해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 연 감독님과 함께하는 프로덕션이 화목하다. 그래서 재밌게 찍을 수 있었다. 영화 ‘정이’ 때 만난 김현주 선배와도 더 많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선산’에서 함께하는 장면이 더 많아 좋았다”고 얘기했다.

‘선산’ 넷플릭스 제공



앞서 캐릭터 윤서하를 ‘선로를 이탈한 기차’라고 표현한 김현주는 “작품 중반부 이후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인생이 불운하다고 생각해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선산을 상속받게 된 후 거침없는 욕망과 질주를 보인다. 결국엔 무엇을 쫓고 있는지조차 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한 장면을 떠올리며 “옷장에 옷이 너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옷 하나를 껴서 넣으려고 하는데 그 옷걸이가 무너져 내린다. 과하게 많은 옷들이 여태까지 윤서하가 참아왔던 감정인 것 같았다. 거기에 감정 하나를 더하려는 순간 무너지는 게 윤서하의 이성이 무너지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왜 나한테만,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는 마음에 호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민 감독은 “‘선산’은 윤서하가 작품의 기준점이라고 생각했다. 윤서하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관객들이 따라갈 수 있는 몰입감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김현주의 전작에서 몰입감이 엄청나더라. 손짓하나 발짓하나 존재감이 엄청났다. 저분이다 싶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연 감독은 “‘선산’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김현주 배우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김현주는 그동안 좋은 직장을 가진 연기를 많이 했다. 의외로 찌질하고 불안한 게 되게 잘 어울리더라. 저도 완성본을 보며 다른 얼굴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선산’ 넷플릭스 제공



박희순은 극 중 최성준에 대해 “예리한 수사 감각을 타고난 형사다. 대도시의 잘나가는 형사가 아니고 농촌의 시골 형사지만 유능하고 베테랑 형사다. 결정적으로 팀 내에선 아싸다. 과거 한 사건으로 인해 관계가 껄끄러워진 반장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밖으로 나돌면서 혼자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그럼에도 본인이 가진 가족에 대한 아픔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최성준은 아내의 죽음 후 삶의 큰 변화를 맞는 인물. 박희순은 “형사 일을 할 때는 예전처럼 적극적이고 예리하고 의욕 넘치지만, 일상으로 돌아왔을 땐 참담하고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연 감독은 “처음 박희순을 만나 대본 얘기를 했는데 깜짝 놀랐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본인 캐릭터가 아닌 작품 전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아이디어도 많이 줬다. 제가 생각지 못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작품에 대한 감각이 엄청 좋다. 감독을 해도 될 것 같다. 정말 깜짝 놀랐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도 너무 세련됐고, 베테랑이라는 칭호를 붙여야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선산’ 넷플릭스 제공



박병은은 캐릭터 박상민에 대해 “최성준과 예전부터 호형호제하던 관계다. 참혹한 사건으로 인해 틀어진다. 저는 반장이지만 저보다 한발 빠르게 조용히 사건을 해결하는 최성준에 대해 무기력함, 질투심 등 여러 감정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큰 건 예전부터 최성준을 좋아하는 마음이다. ‘예전처럼 성준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어서 더 질투 나고, 화나고, 죽이고 싶은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인물의 내면을 분석했다.

연 감독은 “박병은은 재밌는 이야기를 정말 잘한다. 재밌는 일상 얘기를 두 시간 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작품에 몰입했을 때 180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게 연기인가보다 싶었다. 슛이 돌아갈 때와 아닐 때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스위치처럼 바꿀 수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선산’ 넷플릭스 제공



류경수는 “극 중 김영호는 자기도 선산 상속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윤서하의 이복동생이다. 역할 자체가 스포일러가 있어서 조심스럽다. 미스터리하고 역할 자체가 서스펜스가 아닐까 싶다”고 운을 뗐다.

늑대, 들개 등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는 류경수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지점에서 쉽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느냐, 어려운 방식을 표현하느냐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감독님과 논의 끝에 이 인물은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인물이기 때문에 어려운 방식을 택했다. 몇 날 며칠 고민하다가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모습이 있어서 고립되고 경계심 강한 야생동물을 참고했다. 또 자기보다 강한 천적이 나타났을 때 두려움에 떠는 모습 등. 일직선이 아닌 지그재그로 가는 인물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민 감독은 “제일 많이 얘기 나눴던 캐릭터다. 어디까지 미스터리하고 감정적이어야 할지 시청자들이 받아드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 류경수가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려줘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연 감독은 “류경수는 잘못된 종교적 믿음과도 연결된 인물이자, 뒤틀린 가족사를 상징한다. 그 모든 걸 몸으로 표현해야 하니 상당히 어려웠을 거다. 류경수는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잃을 게 없다는 느낌이다. 류경수가 만들어내는 김영호를 처음 접했을 때 보는 순간 ‘이런 모습이었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호평했다.

마지막으로 연 감독은 “사람들의 통념과 거리가 먼,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공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귀띔했다.

‘선산’은 오는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김지우 온라인기자 zwo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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