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방 없어도 만족!" 청년주거지표의 역설 [분석+]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의 함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중 증가
시설 미달 주택 늘어난 결과
그런데도 주거 만족도는 상승
셰어하우스 거주 효과였을까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집에서 사는 청년 가구가 더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다. 그런데 청년 가구의 주거 만족도나 주거 환경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 역설이 뜻하는 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셰어하우스'가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집 가진 사람은 늘고, 부담은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 보유율은 2021년 60.6%에서 2022년 61.3%로 상승했다. 자가 보유에 따르는 부담을 뜻하는 PIR(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ㆍPrice income Ratio)은 6.7배에서 6.3배로 줄었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변화만 있었던 건 아니다. 대표적인 건 청년 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거주 비중이다. 가구주 나이가 만 19세에서 만 34세 이하인 청년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8.0%에 달했다. 청년 100명 중 8명이 최저주거기준도 맞추지 못하는 주택에 살고 있다는 거다.
문제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에 살고 있는 청년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9.0%였던 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 가구 비중은 2020년 7.5%로 떨어졌다가 2021년 7.9%, 2022년 8.0%로 상승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작지만 큰 변화가 생긴 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기준은 면적, 시설 두 개다. 첫째, 전용면적 14㎡(약 4.2평)에 못 미치는 면적의 주택을 말한다. 둘째, 전용 부엌ㆍ화장실ㆍ목욕설비가 없으면 미달이다. 두가지 모두를 충족해야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한 주택이란 거다.
그럼 둘 중 뭐가 문제였을까. 일단 최저주거기준의 '면적'을 충족하지 못하는 청년 가구(2022년 6.2%)는 소폭이긴 하지만 전년(6.1%)보다 줄었다. 문제는 '시설'이었다. 2021년 시설 기준 미달 주택에 사는 청년 가구 비중은 3.9 %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5.2%로 1.3%포인트 상승했다.
집 크기는 작게나마 커졌지만 전용 부엌이나 욕실이 없는 집에 사는 청년이 가파르게 늘었다는 거다. 주택 유형으로 봐도 고시원ㆍ옥탑방ㆍ반지하ㆍ오피스텔 등 '주택 외 거처'에 사는 청년이 증가했다. 이런 지표만 놓고 보면 필수설비가 없는 부실한 집에서 살고 있는 청년층이 늘어났다는 거다.
그렇다면 청년층의 주택 만족도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렇지 않았다.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주택 만족도는 2021년 2.99점에서 2022년 3.03점으로 높아졌다.
주거 환경 만족도 역시 같은 기간 2.97점에서 2.99점으로 올랐다. 두 조사 모두 4점이 만점이라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참고: 주택 만족도는 난방ㆍ방수ㆍ주택 내 소음 등의 수준을 측정한 결괏값이다. 주거 환경 만족도는 주택 외 거주 환경을 측정하는 조사다. 상업시설이나 의료시설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주차시설은 편한지, 치안ㆍ범죄를 비롯한 방범 상태 등을 묻는다.]
종합하면 청년 가구는 전용 부엌, 전용 욕실이 없는 주택에 살면서도 이전보다 더 주택과 주거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는 건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강미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셰어하우스는 개인 침실을 사용하면서 욕실이나 주방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신축 셰어하우스에 가면 실제로 주거 환경도 좋은 편이다. 만약 역세권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청년 가구가 답변을 많이 했다면 전용 부엌이나 욕실이 없는데도 만족도가 높았을 거다."
실제로 2023년 3월 국토교통부는 기숙사 건축 기준을 제정해 셰어하우스ㆍ코리빙 등의 '임대형 기숙사'의 최소 기준을 마련했다. 여기엔 1인당 최소 주거 면적, 개인 공간의 기준 면적과 길이, 공동생활지원 공간 설치, 세면대와 욕실, 화장실 등을 구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기준에 맞춰 셰어하우스를 지은 곳이 많았다면 '개인 주방ㆍ욕실이 없어도 만족할 만한 집'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추정대로 셰어하우스가 청년 가구의 '만족도'를 높인 게 사실이라면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거난 해소를 위해 셰어하우스의 정책적 활용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다만 한계가 있다. 청년 가구의 만족도를 정말 셰어하우스가 높였다고 확신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셰어하우스는 단독주택나 기숙사로 등록된 경우가 있어서다. 모든 셰어하우스가 신축 설비를 갖춘 것도 아니다.
강미나 선임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주거실태조사를 할 때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청년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더구나 셰어하우스를 조사하는 기준도 미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셰어하우스와 만족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선 조사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설이 미비해졌는데도 주거 만족도가 좋아졌다면 그 이유를 알아내야 청년 가구의 주거 질質을 높일 수 있는 실마리도 마련할 수 있다. 청년 가구의 역설적 주거 지표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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